'최화정 김밥' SNS서 뜨길래 만들어 팔았더니…품절 대란 [김세린의 트렌드랩]

'요즘 뜨는' 트렌드 연구실 [김세린의 트렌드랩]

1회
SNS서 떴다 하면 신제품으로 '대박'
펀슈머 모시기 나선 식품업계 이야기
방송인 최화정이 유튜브에서 소개한 '오이김밥'이 눈길을 끌자 SNS에서 이 레시피를 따라해 먹는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사진=최화정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퇴근하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돋보기’를 눌러서 요즘엔 또 뭐가 뜨는지 찾기 바쁘거든요.”

최근 만난 한 대형 식품 제조기업 상품기획자(MD)가 “젊은 층에 통하는 신제품을 선보이려면 SNS 공부는 필수가 됐다”며 한 말입니다. 인스타그램 돋보기 창 기능은 사용자 개인의 관심사부터 젊은이들이 관심 갖는 ‘요즘 것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트렌드와 유행 거리가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기업에서는 여기서 영감을 받은 소재로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하죠.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MD들에겐 ‘SNS 모니터링’이 필수가 됐다고 합니다.
속재료라곤 김, 쌀밥, 오이가 전부인데 SNS 효과 만으로 5000개 한정 물량이 완판됐다. 사진=김세린 기자
효과는 분명합니다. 배우 최화정이 지난달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다이어트 비법으로 소개한 오이 김밥은 실제 상품으로 출시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회사가 SNS상에서 화제가 된 오이 김밥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24일 출시한 ‘통오이김밥’은 28일까지 한정 물량 5000개가 완판돼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가격은 1750원으로 기존 편의점 김밥 상품군 대비 저렴하지 않은데도 잘 팔린 것이죠. 김밥에 쌀밥과 오이, 별도 쌈장만 들었는데 말입니다.

실제 GS25는 편의점 업계 중 젊은 층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식품을 기획하는 MD들이 SNS 화제성을 잘 파악하는 젊은이들로 다수 포진돼있다는 점도 회사 입장에선 장점입니다. 올해 초 소규모 카페에서 내놓은 디저트 ‘고양이 푸딩’ 영상이 유튜브에서 500만뷰를 훌쩍 넘기며 눈길을 끌자, GS25가 발 빠르게 ‘푸냥이 푸딩 젤리’를 실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상품은 푸딩의 말캉한 재질에 맞게 흔들리는 모습이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층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편의점 출시 직후 젤리 1위를 독차지하던 하리보사의 ‘골드바렌’ 매출을 제치는 성과를 거뒀을 정도입니다.
유튜브에서 '귀엽다'는 이유 만으로 화제몰이 한 고양이 푸딩이 실제 편의점 상품으로 출시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GS리테일 제공
소비가 위축된 요즘 업계에서 이 같은 신제품 출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구매력이 높은 젊은 ‘펀슈머’들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펀슈머는 재미를 뜻하는 단어인 펀(fu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에 있어 재미와 즐거움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소비자를 말합니다. 펀슈머는 소비의 전 과정에서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이들의 소비는 특정 제품이 재미있거나 흥미롭다고 느껴지면 단순히 개인 소비에서 끝나지 않고 SNS를 통해 공유되고 확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마케팅 덕분에 SNS에 별도 광고를 하지 않고도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펀슈머들은 SNS를 활용해 단종된 상품 재출시를 적극 요구하기도 합니다. 오리온이 지난달 22일 수백건의 소비자들 재출시 요청을 받아들여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8년 만에 재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앞서 오리온은 ‘태양의 맛 썬’, ‘치킨팝’, ‘배배’, ‘와클’ 등을 다시 선보이며 재출시 요청에 부응해 온 바 있습니다. 2014년 선보인 포카칩 스윗치즈맛의 경우 감자의 담백한 맛과 치즈 맛이 잘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품이지만, 회사가 2016년 제품 라인 재정비에 들어가며 돌연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SNS로 재출시 요구가 있었던지라 한 달 만에 판매량 150만봉을 돌파했다”고 말했습니다.
만우절 깜짝 메뉴로 출시했다가 SNS서 입소문을 타며 '정식 메뉴화'된 공차의 '펄볶이'.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렇다 보니 식품업계에서는 SNS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티 전문브랜드 공차의 최근 성공 사례도 그렇습니다. 지난 4월 만우절 '깜짝 메뉴'로 선보인 ‘펄볶이’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 정식 메뉴화에 성공, SNS 먹방(먹는 방송)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재가 된 것입니다. 펄볶이는 떡볶이와 떡 대신 타피오카 펄을 넣은 밀크티의 페어링(궁합)을 느껴보라는 취지로 출시한 메뉴입니다. 이색 조합이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SNS에 '구매 인증샷'이 이어졌고, 약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공차코리아를 이끄는 고희경 대표도 공차의 올해 경영·마케팅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SNS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고 대표는 지난 17일 '2024 공차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SNS 등을 통해 얻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우리만의 맛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티 전문 브랜드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독창적인 메뉴 개발로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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