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진보의 변절자인가 비판자인가…신간 '강준만의 투쟁'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1990년대부터 명성을 쌓은 대표적인 진보논객이다.

그는 '안티조선운동'을 이끌며 2000년대 초까지 진보 운동 진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강준만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대중 죽이기', 월간 '인물과 사상' 등을 통해 진보 운동에 영감을 줬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등장하는 데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2008년 무렵부터 그의 스탠스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진보좌파의 오버, 광기라고 공격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맞섰을 때는 안철수를 지지했다.

2022년 대선 패배는 민주당의 자해극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을 겨냥해 '싸가지 없는 진보'란 표현을 거침없이 썼고, 진보논객 김어준을 '정치 무당'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이런 강준만을 두고 일각에선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낀다'고 그를 비판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또 한편에선 '진보에 대한 내부 비판'이라며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진보의 변절자인가 내부 비판자인가.

SBS 기자인 윤춘호는 신간 '강준만의 투쟁'에서 강준만의 사상 궤적을 추적한다. 그는 강준만이 남긴 약 300권의 저서를 분석하고, 그를 잘 아는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완성했다.

강준만과의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다.

저자는 "말보다 기록에 의지해 쓰는 글의 미덕을 기대했다"며 그가 "자기 생각에 대해서는 차고 넘치도록 글을 써놓았으니 무슨 생각을 해왔는지 알고 싶으면 글을 보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강준만이 최근 들어 진보 비판에 열을 올리지만, '보수로 귀순한 진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모양새만 보면 보수 같지만, 어느 모로 봐도 보수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강준만은 앞서 "나는 보수에 애정이 없다.

보수가 잘 되게끔 애를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따라서 보수보다는 진보 비판에 더 끌린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조국 사태와 박원순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잣대와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잣대가 다른 진보의 위선을 강준만이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즉, 그가 "이 길이 진보의 길이 아니라고, 진보 당신들이 가는 길이 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해왔다"는 것이다. 개마고원. 2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