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끌 새 감독, '국적'보다 중요한 것 [서재원의 축구펍]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 막바지
최종 후보에 국내·외국인 지도자 모두 포함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 본선 진출 무난할 듯
월드컵까지 2년 남아...새 감독에 부족한 시간
“국적 구분 자체가 잘못...중요한 건 능력”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4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최종 후보의 국적을 떠나 능력을 중심으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28일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 최종 후보가 추려졌다. 최종 후보에는 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이 모두 포함됐다고 알려진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최종 결정만이 남았다. 정 회장의 결단이 빠르게 내려진 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 주 중 4개월간 공석이었던 한국 축구의 수장이 결정될 예정이다.◆월드컵 예선 통과는 무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 AFC 홈페이지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 FIFA 랭킹 22위 한국은 이라크(55위)와 요르단(68위), 오만(76위), 팔레스타인(95위), 쿠웨이트(137위)와 함게 B조에 속했다.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32개 팀에서 48개 팀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는 종전보다 4장이 늘어난 8.5장의 출전권이 배정됐다. 18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3차 예선에서 각 조 1·2 6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B조에서 경쟁할 팀들이 모두 중동 국가라는 변수는 있지만, 한국의 조 2위 확보에 크게 위협이 되는 팀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C조에서 호주(23위), 사우디아라비아(56위)와 경쟁해야 하는 일본(17위)에 비해선 훨씬 수월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2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중요한 건 본선이다.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됐다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팀 중 만만한 팀은 없다. 12개 조에서 4개 팀이 경쟁하는 포맷으로 변경된 만큼 부담은 더 커졌다. 이번 월드컵부터 각 조 1·2위가 32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3위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이 추가로 32강행 티켓을 얻기 때문이다. 32개 팀을 가리는 조별리그가 사실상 통과만 해도 본전인 셈이다.

문제는 2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4년을 꽉 채워 준비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우리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1년과 공백기인 4개월까지 더해 약 1년 반의 시간을 날렸다. 그사이 대표팀 주축 선수들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뒤숭숭해진 팀 내 분위기를 다잡고, 당장 9월부터 시작될 3차 예선을 준비하면서 월드컵 본선까지의 전략을 짜야 할 새 감독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적보다 중요한 것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도맡아 진행한 인물이다. 당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최근엔 국내 감독 선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말을 바꿨다. 현실적인 여건상 축구 팬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외국인 감독에게 쓸 수 있는 연봉은 세금 포함 최대 30억원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남긴 최악의 사례로 인해 ‘국내 체류’도 중요 조건이 됐다. 그러나 좋은 외국인 감독의 경우 30억원 이상의 연봉은 물론, 세금 문제로 인해 국내 체류 기간을 최소화하길 원한다. 최우선 협상 대상자였던 제시 마쉬(미국)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도 연봉과 국내 체류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애초에 외국인과 국내 감독을 구분한 것도 모자라 ‘반드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못 박은 게 논란을 키웠다. 어느 순간 전술적 역량, 육성 능력, 풍부한 경험, 소통 능력, 리더십 등의 새 사령탑 선임 조건은 사라졌다. 이제 와서 국내 감독을 선임한다면 마치 외국인 감독 선임 실패에 따른 차선책처럼 비치는 꼴이 됐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애초에 국적을 구분하면서 마치 국내 감독이 외국인 감독의 대안처럼 분위기를 만든 건 협회의 잘못”이라며 “국적보다 중요한 건 능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최종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외국인 감독 수준이라면, 종합적인 능력에서 국내 감독이 더 나아 보인다”며 “국내 감독도 과거 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 등 업적을 남기지 않았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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