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방벽 세우는 이유는

"南기계화부대 진격 속도 늦추는 방어 목적", "심리적 국경선" 등 분분
김정은 '두 국가' 언급 이후 MDL 인근 4곳에 방벽…추가 설치 징후도 식별
군사분계선(MDL) 인접 지역에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세우고 지뢰를 광범위하게 매설하는 북한군의 작업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정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와 연계된 것이라는 해석, 유사시 우리군 기계화부대의 진격 속도를 늦추려는 방어 차원의 군사적 목적이라는 의견 등으로 분분하다.

군·정보 당국도 MDL 일대 북한군 활동을 '특이동향'으로 판단하고 그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MDL 북쪽 지역의 대전차 장벽 추정 구조물은 비무장지대(DMZ) 출입문 역할을 하는 통문 4곳(서부 2곳, 중·동부 각 1곳)에 4∼5m 높이로 건설되고 있다. 폭은 좁게는 수십m, 넓게는 수백m에 달한다.

통문 4곳은 인근에 도로가 있고 개활지여서 지형 여건상 기계화부대 이동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구조물이 군사적으로 방어 목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유사시 기계화부대의 진격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에서 설치됐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30일 "군사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기계화부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범위한 지뢰 매설 작업도 군인이나 주민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 있지만, 유사시를 대비하는 목적도 크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신승기 연구위원도 "북한은 (구조물을 설치하는) 그쪽이 취약 지점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며 "유사시 공격에 대한 방비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과거 그쪽 지역으로 군인이나 민간인이 탈북한 사례가 있어 이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서 "방벽은 상대의 수단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쌓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 또한 "북한이 진행 중인 건설 작업을 현재까지 평가한 바에 따르면 군사 능력 강화 의도는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북한군의 구조물 설치가 자체 방어적 성격으로 보인다는 분석으로 읽힌다.

군은 북한군이 이런 방벽 구조물을 추가 설치하는 징후도 식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MDL 일대에서 보이는 북한군 활동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두 국가'로 정의한 것과 연관 짓는 견해도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두 국가 관계'를 언급한 이후 '통일' 같은 용어를 삭제하고 대남기구를 폐지했는데 MDL 일대 군사 활동도 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구조물 설치는 남북을 차단하는 심리적 국경선이란 상징적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휴전선 155마일을 횡단해 구조물을 쭉 설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요 축선에 보여주기식으로 일부 더 설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정의했다.

이후 북한군은 지난 1월께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완료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다.

지난 4월부터는 DMZ 북쪽 2㎞ 지점의 북방한계선 등 여러 곳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경계 능력 보강을 위한 불모지 조성과 MDL을 따라 횡적으로 전술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대부분 후방부대에서 차출된 이들 병력은 DMZ 일대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MDL을 자주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해선 가로등을 제거하고 철도 레일 등을 걷어 내는 등 MDL 일대에서 북한군 활동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의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를 '국경선화' 의도와 연관을 지어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인다. KIDA의 신 연구위원도 "만약 구조물을 확장해서 설치한다면 '국경 차단'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콘크리트 등 비용이 많이 들고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