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삼성 'AI 협업' 조사 검토…갤럭시 AI폰에 불똥 튀나

반(反) 경쟁적 효과 검토 시작
MS와 오픈 AI 협업도 조사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 등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AI폰 갤럭시 S24
유럽연합(EU)이 구글과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협업에 따른 반(反)경쟁적 효과에 대해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24 등 삼성전자의 AI폰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가 적용된 점이 다른 AI개발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조사 대상은 아니지만, 삼성·구글의 AI 협업에 제동이 걸리면 갤럭시 AI폰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가해 "삼성전자의 특정 기기에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가 사전 설치된 효과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4에 온디바이스 AI(기기 내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실행되는 AI) 기능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자체 개발 AI인 '가우스'와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함께 들어가 있다.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의 발언은 일차적으로 구글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기기에 제미나이 나노를 제공하면서 다른 AI 개발사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EU는 지난해 미국의 대형 테크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겨냥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하고 시장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AI와 관련해선 챗GPT로 유명한 오픈 AI에 13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고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첫 타깃이 됐다. EU는 MS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챗GPT 기능을 적용하면서 경쟁사와 오픈 AI의 거래를 방해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 AI폰 신제품에 들어가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글이 아닌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자체 AI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구글이 '시너지 창출'을 위해 자율적으로 협력한 만큼 EU가 갤럭시 AI폰에서 제미나이를 들어내도록 강요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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