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안수연 "대학도 안 갔어요, 밤낮 발레만 하고 싶어서"

인터뷰

열여덟 살에 국립발레단 들어가
3년 만에 '백조의 호수' 등 주연

발등 골절로 반년간 춤 못추자
체력 단련하며 6㎏ 감량해 복귀
"'드라마 발레' 도전해보고 싶어"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만으로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노력과 재능을 겸비한 숱한 동료들 가운데서 부상하지 않는 행운과 캐스팅 타이밍도 갖춰야 하는 게 발레 무용수의 운명이다. 2021년 입단해 군무단원 출신으로 올 3월 ‘백조의 호수’, 6월 초 ‘돈키호테’의 주역을 연달아 맡은 안수연(21·사진)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장시간 이끌어온 주연급 여자 무용수들이 부상과 임신, 출산 등으로 무대를 잠시 떠난 상황이어서일까.

“재미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발레밖에 몰라요, 취미도 없어요. 밤낮으로 발레만 하고 싶어서 대학도 안 가고 입단했어요(웃음).”지난해 발등 골절이라는 부상으로 강제로 6개월을 쉬어야 했다. 그는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는데 6개월 휴가라는 게 너무 어색했다”며 “기왕 이렇게 된 것 끝내주게 멋진 모습으로 복귀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발등을 제외한 온몸을 단련하며 6㎏을 감량해 발레단에 돌아갔다. 그리고 복귀 후 연습실 불을 맨 마지막에 끄는 사람이 됐다. 그는 “그때부터 발레단 선배들이 저를 알아봐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강수진 단장은 그런 그에게 선물처럼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 오데뜨·오딜을 안겨줬다. 기대 반 우려 반. 베팅에 가까운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악바리 안수연은 ‘백조의 호수’를 신들린 양 소화해냈다. 떨리는 낯빛 하나 없이 무대로 달려 나가며 처연한 오데뜨와 요염한 오딜로 변신하고 또 변신했다. ‘멘털 갑’ ‘강철 멘털’이라는 그의 별명은 이 공연 이후 더 공고해졌다.

6월 공연 ‘돈키호테’에서는 일찍이 주역에 낙점됐다. 안수연은 자신과 꼭 닮은 여주인공 키트리로 변신했다. 캐스터네츠를 들고 다리를 앞뒤로 뻗으며 뛰어오르는 ‘8시 점프’에서는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손끝, 발끝에선 스페인 아가씨의 열정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고난도 동작인 32회전(푸에테)을 하고도 음악이 남아 더 돌았다”는 그만의 기량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안수연이 누군데?”라며 의구심을 갖던 객석에서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상반기 정기공연은 마무리됐지만 안수연은 오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단원들과 함께 한·미 문화교류 행사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주워싱턴DC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국립발레단은 케네디센터 아이젠하워 극장에 선다. 이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하반기 정기공연(10월 라바야데르, 12월 호두까기인형)을 향한 연습에 들어간다.

안수연은 “기회가 된다면 감정 연기를 잘 살려야 하는 ‘드라마 발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고전 발레의 기량을 갖춘 그가 넘어야 할 유일한 과제라고. 얼마 전 관객의 시선으로 감상한 케네스 맥밀런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명 깊게 본 이유도 그래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 감정을 드라마 발레를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해원 기자

◆발레리나 안수연에 관한 더 상세한 기사는 1일 발간하는 ‘아르떼’ 매거진 2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