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9조 미래 전력시장 선점 나선다…직류 배전망 표준화

中 하이얼 꺾고 IEC 백서 주관
"차세대 핵심기술 MVDC 선점"
한국전력이 전력업계의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중전압직류 배전망(MVD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시장 한류’ 띄우기에 나선다.

한전은 국가기술표준원,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2025년 백서 발간을 주관했다고 30일 밝혔다. 한전은 중국 하이얼, 국가전망 등 3개 후보와 경쟁한 끝에 백서를 주관할 회사로 선정됐다.

IEC는 백서를 통해 미래 유망 기술의 표준화 방향을 결정한다. MVDC의 기술 표준을 정하는 데 우리나라가 제안한 방식이 우선 채택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주제를 제안한 국가를 중심으로 IEC 백서를 발간하기 때문에 MVDC 분야의 표준화 방향과 전략을 우리나라 중심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MVDC는 1.5~100㎸ 중압 전력을 직류(DC)로 수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교류(AC) 방식으로 생산된다. MVDC는 에너지 손실이 적어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고 송전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 때문에 지금까지는 국제적인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다.MVDC가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이유는 에너지 시장 판이 바뀌고 있어서다. 태양광발전같이 전기를 직류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MVDC 필요성이 커졌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송전 용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세계시장 정보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8년 MVDC 기술 시장은 141억달러(약 19조원)으로 커질 전망했다. IEC 백서 발간 프로젝트는 한전이 간사를 맡고 전력연구원, 전기연구원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오는 9월 시작한다. 해외에서 20명을 초빙해 총 35명으로 이뤄진 백서 발간팀을 꾸릴 예정이다. 한전은 내년 6월까지 초안을 마련하고 국제 회의를 거쳐 그해 10월께 백서를 정식 발간할 계획이다.

한전은 2024년을 ‘직류 시대 원년’으로 선언하고 독자적인 직류 배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전남 서거차도 ‘저압직류(LVDC) 아일랜드 사업’을 통해 직류 공급 실험을 완료했고, 나주 MVDC 실계통 연계 실험을 거쳐 운영 기술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배전망 설계, 직류 배전용 계측 진단 같은 기술도 개발 중이다. 서울시와는 직류 타운도 구축하고 있다.한전 관계자는 “직류 배전망 기술이 미래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 비용 대비 경제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