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액권 새 얼굴로 '기업인' 택했다

1만엔권 등 20년만에 새지폐
'한국 침략 선봉 인물' 논란도
일본 정부가 20년 만에 지폐 도안(사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면서 가장 고액권인 1만엔(약 8만6000원)권에 기업인 초상을 넣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오는 3일 1만엔권, 5000엔권, 1000엔권 초상을 새 인물로 바꾼 신권을 발행한다. 2004년 1000엔권과 5000엔권을 바꾼 이후 20년 만이다.특히 1만엔권에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가 들어가 주목받고 있다. 1만엔권에는 지난 40년 동안 일본 계몽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 초상이 사용됐다.

시부사와는 메이지 시대 경제 관료를 거쳐 은행, 철도 등 500여 개 기업의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저서 <논어와 주판>에서 “한 손에는 주판을 들고 돈을 많이 벌되, 또 다른 손에는 논어를 들고 항상 윤리를 생각하라”며 ‘도덕경제합일론’을 내세웠다. 이 논리는 현재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시부사와는 사회봉사기관을 많이 세우고 미국과 일본 간 관계 회복을 추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부사와는 한반도 침략의 선봉에 선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1900년대 초 자신이 은행장이었던 제일국립은행이 대한제국에서 허가 없이 1~10엔 화폐를 발행하도록 했다. 해당 화폐에는 시부사와의 얼굴이 들어갔다. 한반도 일대 철도건설에도 기여했다. 당시 한국 관점에서 보면 그는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해석될 수 있다.5000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1864~1929)가 새롭게 등장한다. 1000엔권은 일본 근대 의학의 기초를 놓은 기타자토 시바사부로(1853~1931)로 교체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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