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언장 숨긴 형, 35억 땅 독차지"…동생의 분노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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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미국에 거주 중인 D씨는 최근 한국에 들어와 2006년 사망한 아버지 A씨가 남긴 김포시 소재 논밭을 정리하기 위해 등기부를 떼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형인 C씨가 2017년 유증을 이유로 논밭의 등기를 이전해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사망 전 시가 7억원 상당이던 논밭의 가치는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서 시가 35억원 상당으로 뛴 상태였습니다. A씨는 "어머니(B씨)까지 3명이 유산을 상속했다고 생각해 그동안 재산세의 3분의 1을 냈다"며 "형이 논밭 임차료 중 3분의 1을 보내주고 있었기 때문에 형이 땅을 독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습니다.
상속 개시 시점부터 10년 지나면 유류분청구 못해
유언장 숨겼다 10년 지나 이전등기는 신의성실원칙 위반
10년 넘도록 유언장 숨길 경우 상속결격 사유 해당될 수도
앞서 아버지 A씨는 사망 한 달 전인 2006년 8월 김포시 소재의 논과 밭을 장남 C에게 유증하고, C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증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D씨는 논밭을 당장 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등기를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D씨가 한국에 볼일이 있어 들어온 김에 아버지가 남긴 땅을 이제는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등기부를 떼어보니, 형이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논밭의 등기를 이전해간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차남인 D씨는 장남 C씨를 상대로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우선 아버지 A씨가 작성한 유언장은 공증까지 했기 때문에 유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언장이 유효하다는 전제로 차남 D씨는 장남 C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D씨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인 만큼, 해당 사건 토지의 7분의 1, 즉 시가로 약 5억원의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1117조). 그래서 장남 C는 차남 D의 유류분권 행사를 막기 위해 부친이 사망한 후 10년이 지난 다음 등기를 이전한 것입니다.
실제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이미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차남 D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채무자인 장남 C씨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채권자인 차남 D씨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현저히 불가능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2다294367 판결).
장남 C씨는 차남 D씨의 유류분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일부러 이 사건 유증 사실을 차남 D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나 유증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D씨 입장에서는 토지로부터 나오는 임료도 받았고 재산세도 내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에게 상속분에 따른 권리가 있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라고 보기에 충분합니다.실무에서는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 제기된 유류분반환청구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기각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본 사안처럼, 유류분권리자가 유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을 기회로 유류분의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기다렸다가 10년이 지나자마자 유증을 근거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에까지 소멸시효 항변을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이라는 판결입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은 상속결격으로 해결할 길이 있어 보입니다. 민법 제1004조 5호에 따라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은닉’이라 함은, 유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해 그 발견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이 사건에서 장남 C씨는 유언집행자로서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 사실을 차남 D씨에게 무려 10년 이상이나 숨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유언서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고는 상속결격자에 해당하며, 상속결격자는 상속뿐 아니라 유증도 받을 수 없습니다(제1064조). 아마도 차남 D씨의 변호사가 상속결격 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이 부분을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로서는 유류분뿐 아니라 상속결격 주장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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