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기, 로봇 SI로 넘는다…AI 로봇 자율제조 공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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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에서 제조업 비중 계속 축소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위기다. 제조업은 반도체, 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제철 등 한국의 주력 산업군을 포괄한다. 지난해 제조업 총생산액은 543조4499억원이다. 같은 해 명목 기준 국내총생산(GDP) 2235조9795억원의 24.3%였다. 수십 년간 28% 수준을 유지했지만 몇 년 전부터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계속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서비스업과 대조적이다. 작년 서비스업 총생산액은 1306조4893억원으로 GDP의 58.4%를 차지했다.
생기원, 생산기술 대전환 프로젝트
제조업에 'AI 서비스 마인드' 심는
밸류팩처링·서비타이제이션 부상
국내 제조업 인력 구조는 최근 60세 이상 고령자와 외국인 인력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해졌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사망자 23명 중 외국인이 18명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제조업 기피 현상과 노동력 공급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얽혀 5년 뒤엔 국내 제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기술 대전환’ 프로젝트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과 사람이 협업하는 자율제조 시스템을 전국 기업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선 공장 내 수많은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고 차세대 통신 기술(NEXT G)을 써서 클라우드와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이 2022년부터 구축하고 있는 28㎓ 대역 ‘이음 5G’ 스마트 공장도 사실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자율제조는 탐지와 이해, 사고와 결정, 적응 및 리셋(reset) 절차가 사람 없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MES(제조 실행 시스템), ERP(전사적 자원 관리), FEMS(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 SCADA(원격 감시제어 및 데이터 수집 시스템) 등 산업 현장의 생산관리 시스템이 로봇과 어우러져 전 주기 공정을 최적화한다.자율제조 시스템에서는 로봇과 공장 시스템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을 하나 만들려면 보통 200개 이상 크고 작은 공정이 필요하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은 “성능이 좋은 로봇은 비싸서 사기 어렵고 공장에 어렵게 갖다 놔도 구동이 힘들다”며 “조작하기 쉽고 저렴한 로봇을 개발해 그 로봇을 중소기업이 보유한 설비와 물 흐르듯 연결하는 것이 로봇 SI”라고 설명했다.
생기원은 로봇 SI 기술을 기업들에 전수하며 이들의 제조 기술 인공지능(AI) 전환(AX)을 돕고 있다. 현재 뿌리기술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봇 SI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특수목적기계 아크용접, 자동차 부품 저항용접, 주조 후처리, 금속 정밀가공, 플라스틱 사출성형, 표면처리 등 분야에서 실증 모델을 개발했다. 앞으로 전기전자 등 제조 기업 전반으로 실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 SI는 공정 맞춤형 시스템 설계 기술, AI 기반 융·복합 센서 인식 기술, 로봇 모션 제어 및 운영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공정 맞춤형 시스템 설계는 로봇과 그리퍼, 센서, 이송장치 등을 최적화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AI 기반 융·복합 센서 인식 기술은 비전 센서, 힘 센서, 토크 센서, 초음파 센서 등을 사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제조 AI의 최종 목적은 현재 노동자 중심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이른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다. 로봇을 쓰면 주문형 다품종 생산 시스템으로 서비타이제이션을 구현하면서 제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생기원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생산기술 대전환을 통한 제조 미래 전략’을 주제로 제1회 KITECH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이 원장은 ‘제조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KITECH’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 원장은 ‘제품 제조(Manufacturing)에서 가치 제조(Valufacturing)로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내놨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와 기후 재앙,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 산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맞춤형 설계와 AI 기반 자율제조, 서비타이제이션 등 과학기술로 혁신을 이뤄내 한국의 제조업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미국 퍼듀대 측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 전략을 소개한다. 제조업의 가장 큰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기술도 논한다. 독일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가 미래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 생산 기술에 대해 발표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