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전 미분양 급증…지방 분양 '빨간불'

5월 부산 미분양 5496가구
11년 1개월 만에 최다 기록
대전은 한 달 새 두 배 증가
과잉공급·가격 급등 영향

"CR리츠·세제 완화 등 기대"
부산의 미분양 주택이 지난 5월 말 11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전에서도 제때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최근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세로 전환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분양가 상승세, 공급 과잉, 인구 감소까지 더해지며 비수도권 분양시장 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 미분양, 한 달 새 92.7% 급증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496가구로 집계됐다. 최근 두 달 연속 1000가구가량 쌓이며 2013년 4월(6131가구) 후 1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부산에서 15개 단지가 청약을 진행했다. 이 중 12개 단지에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 대 1을 밑돌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사하구에서 올해 9월 준공될 예정인 A단지(185가구)는 4월까지 179가구가 미분양된 상태다.

광주광역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광주의 미분양 물량은 작년 내내 500~600가구 수준이었다. 올해 3월 1286건으로 네 자릿수를 돌파하더니 5월엔 1707가구까지 불어났다. 대전은 미분양이 4월 1317가구에서 5월 2538가구로 92.7%(1221가구) 급증했다. 지난해 1·2순위 청약에 1만 명 넘게 몰린 단지만 네 군데 나와 지방 분양시장 강자로 통했던 충북 청주도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3월 185가구에서 4월 972가구로 늘어나 2019년 11월(1292가구) 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는 작년 2월 1만3987가구였던 미계약 물량이 올해 5월 9533가구로 줄었다. 15개월째 감소세다.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도 4월 1584가구에서 5월 1506가구로 감소해 8개월 만에 증가세가 멈췄다. 대구시가 지난해 신규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은 데 따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에 그동안 미뤄왔던 공급이 재개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방 신규 분양, 2배 넘게 늘어

지방은 최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게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수도권은 최근 수요(가구 수) 대비 공급이 많았던 측면이 있다”며 “실수요가 부족해 투자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고금리와 높은 가격 등으로 투자 여건도 여의찮다”고 설명했다. 5월 지방 신규 분양 물량은 7440가구로, 전년 동월(3539가구)의 두 배가 넘었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대전의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19% 많은 7122가구로 집계됐다. 전북(80%) 울산(67%) 충남(60%) 부산(54%) 등의 준공 물량 증가폭도 크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지방 아파트 분양가가 수도권 못지않게 오르고 있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월 부산 수영구에서 공급된 ‘테넌바움294Ⅱ’의 3.3㎡당 분양가는 6093만원이 넘으며 부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고급 주택인 것을 고려해도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전과 청주 등에서도 올해 들어 역대 최고 분양가 사례가 나왔다.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지방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은 점도 분양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정책 효과’가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 도입을 앞둔 게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지방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한 맞춤형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