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권 쥔 '인구 컨트롤타워' 생긴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발표

성장 주도한 '경제기획원'처럼
정책 수립·기획·조정까지 담당
장관이 사회부총리 맡아 총괄
정부 조직법 개정안 이달 발의
정부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저출생부터 고령화, 인력, 이민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를 신설한다. 인구정책의 기획, 평가부터 예산 심의 권한까지 가진 부총리급 핵심 부처다. 부처 간 조정 역할에 그쳤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체제에서 벗어나 사실상의 예산권까지 거머쥔 전담 부처가 탄생하면서 정부의 저출생 대응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인구 전략·기획 기능 통합

정부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구부 신설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 2개월 만이다.

신설 인구부엔 인구정책 및 중장기 전략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 인구정책실이 맡고 있는 인구정책 총괄 업무와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국에 있는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부문 등이 인구부로 이관된다. 여기에 더해 각 부처의 인구위기대응정책을 조사,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능까지 인구부 내에 신설되고, 인구 동태 분석 기능도 통계청으로부터 이전받는다.

구체적인 정책 및 사업은 기존처럼 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이 담당한다. 하지만 중앙·지방자치단체장은 저출생 사업 신설 혹은 변경 시 인구부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마련했다. 지자체에서 출산 축하금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을 신설할 때도 인구부와 협의가 필요해지는 셈이다.정부는 과거 경제 성장을 주도한 경제기획원처럼 인구부를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정책 기획 및 조정, 예산 배분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는 사회부총리직을 인구부 장관에게 맡기기로 했다. 야당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여가부 조직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한다.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 권한도 부여

인구부엔 저출생 관련 예산 배분, 조정 등 사전 심의 권한도 주어졌다. 인구부가 저출생 예산안을 1차 심의하면 재정당국인 기재부 예산실은 이를 반영한 최종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기재부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인구부 심의안대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구속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전 예산 배분 기능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심의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권한과 비슷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R&D 예산처럼 사전 예산 배분권이 있는 곳에서 전달해 오면 예산실이 웬만하면 다 받아주고 재원 문제로 조정이 필요한 것 등에 대해선 수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인구부 신설은 2005년 이후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저고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작년까지 18년간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만 380조원을 투입했지만 같은 기간 1.13명에서 0.72명으로 되레 떨어졌다.

정부는 인구부 신설 및 사회부총리 변경 등 부처 간 기능 조정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법률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한다. 실제 부처 출범은 법 통과 뒤 3개월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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