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차량, 지그재그로 인도 휘저었다

서울 한복판 대형 교통 참사

'북창동 먹자골목' 인접한 길가
60대男 검거, 차량 급발진 주장
경찰 "음주운전 혐의는 없어"

목격자 "대포 터지듯 쾅 소리나"
< 참혹한 사고 현장 >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한 사고가 일어나 사상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 등이 인근 도로 양방향을 전면 통제한 채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 상당수는 인도를 걷거나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오후 9시27분 A씨는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을 몰고 역주행해 인근 BMW, 소나타 등을 차례로 들이받은 후 보행자를 치었다. 해당 차량은 지그재그로 인도를 휘저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6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심정지 상태이던 3명도 숨을 거뒀다. 사망자 9명은 전원 남성이었다. 이 중 4명이 30대였다. 부상자를 포함한 전체 사상자는 13명으로 파악된다. A씨는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나오다 급발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동승자는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해차량으로 추정되는 승용차가 크게 파손된 채 견인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의 차량은 반파에 가깝게 부서졌다. 경찰은 A씨가 사고 직후 후속 조치 없이 달아나는 물피 도주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조모씨(45)는 “대포가 터지듯 쾅 소리가 났다”며 “사람들이 길가에 누워 있었고 2~3명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고가 터진 지 6분 후쯤인 오후 9시33분께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9시36분께 구급 대응 1단계를 발령해 대응에 나섰다. 오후 9시45분부터 임시응급의료소를 설치해 현장에서 대응 중이다. 현재까지 사망자와 부상자는 서울 각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사고 시간은 직장인 퇴근 시간대에서 2~3시간 지난 무렵이었다. 야근 후 저녁 약속을 위해 시청역 인근 번화가로 이동하거나 지하철을 타러 시청역으로 걸어오는 보행자가 많았다. 특히 경기 수원, 성남, 용인, 안양, 고양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이용하는 광역버스 정류장과 가깝다.
사고 발생 장소는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맞붙어 있는 서울시청 광장 인근으로 파악됐다. 광화문, 을지로, 서울역, 명동, 남대문 등이 만나는 접점이다. 늦은 시간까지 차량 이동이 많고 시내외 버스도 새벽까지 운행할 정도로 서울 내 대표 도심지다. 평소에도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로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이다.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도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직장인들로 일대가 붐볐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보고를 받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피해자 구조와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신속한 응급 처치와 병원 이송을 통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박시온/정희원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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