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상황인데 '혈세로 유럽行'…현실 망각한 공직자들 [혈세 누수 탐지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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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푼 세금 먹는 하마들
"혈세로 12박 14일 유럽行"
나랏빚 1100조원 돌파…GDP 50% 넘어서
2070년 나라채무 7138조 예상…GDP 200%
실질수지비율 하락세…"지자체 안정성 위협"
지자체 업추비·지방의회비 절감 노력 부족
엔데믹 후 외유성 출장·무리한 사업 포착
최근 이렇게 지난 2년간 전국 지자체에서 외유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 1000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렇게 쓰인 혈세가 200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빚더미에 중앙정부·지자체 '비상'
…이러다 나랏빚 GDP 200% 된다
이런 혈세 낭비는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굉장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속출해 굉장히 뼈 아픕니다. 지난해 나랏빚은 110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민 1인당 2000만원씩 갚아야 하는 규모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나랏빚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이 또한 사상 최고치입니다.국회 예산정책처가 2년 전 내놓은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2070년 국가채무는 7137조6000억원으로 GDP의 약 2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인구 고령화는 진행되면서 나랏빚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직 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망각한 듯, 쓸 수 있을 때 마음껏 쓰자는 분위기 같습니다. 재정건정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수지비율(지자체의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치)은 지난 2022년 5.26%로 전년 대비 3.32%포인트 상승하며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혈세로 외유성 출장에 무리한 사업 '속속'
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에서는 각종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착시에 가까운 흑자재정 확대에 방심한 걸까요. 행정안전부는 업무추진비·지방의회경비 절감률이란 통계를 발표합니다. 해당 비용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파악하는 지표입니다.한경닷컴이 취재한 여러 사례에서도 불편한 진실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지방의 한 B시의회는 최근 시의원이 22명이 8박 10일 일정으로 튀르키예와 크로아티아를 갔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이 "세금 낭비 외유성 출장은 반대한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된 탓입니다. 이 시의회는 2년 전 국외연수 취소로 여행사에게 혈세 1억원의 경비를 그냥 날린 전례가 있습니다.
무리하게 여러 사업을 벌여 재정 지출이 재정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통합재정수지비율이 악화된 곳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서울의 C구는 "인구 감소 지속 등 세입기반의 약화로 재정 수입이 소폭 증가에 그쳤는데, 각종 재생사업·복지관·보건지소 등 대규모 투자사업 및 복지예산이 증가해 지표가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한 공무원은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눈먼 돈이 많을 것"이라면서 "공직 사회를 지켜보는 눈이 없을수록 방심하고 방만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는 "어쩌다 보도가 나온다고 해도 '이때만 버티자'는 주의"라고 귀띔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작년이 재작년보다 더 안 좋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이 되면 지자체별로 더 불편한 현실을 담은 통계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에는 경기부진과 기업실적 악화로 통합재정수지비율이 적자로 전환될 일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입니다.
이미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나, 재원 증가에 무리한 사업 진행이 추진되는 모습도 속속 포착됩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면밀한 세입예측과 효율적 세출관리에 기반한 재정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걱정이 큽니다.
한경닷컴은 앞으로 국민들의 세금이 허튼 곳에 쓰이지 않도록 사각지대를 찾아 실태를 점검하는 '혈세 누수 탐지기' 시리즈를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 또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