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상현 "친한-친윤 갈등, 친박-비박 10∼20배 수준"

"이재명에 패한 한동훈·원희룡, 자숙과 성찰할 시간"
"한동훈표 채상병특검법, 대통령과 의도적 차별화…본인이 공포 조장"
"궤멸적 대참패에도 변화 몸부림 없어…목마른 사람 우물 파는 심정 출마"

국민의힘 윤상현 대표 후보는 2일 경쟁 주자인 한동훈·원희룡 대표 후보에 대해 "두 분 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총선에서 패한 분들로, 지금은 그분들이 자숙과 성찰을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두 분은 전당대회에 안 나오는 게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궤멸적 대참패는 예견된 참패였고 계속 경고했는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했고, 이 순간에도 어떠한 변화의 몸부림 없이 죽어있다"며 "내 정치적 생존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당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기 위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후보가 제삼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제안한 데 대해 "대통령과 의도적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공수처 수사가 끝나고 필요하면 특검을 하겠다'는 당론에도 위배되고 대야 전선을 흐트러트리는 것"이라며 "공한증 얘기를 먼저 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발언을 한 쪽은 사실 그(한 후보)쪽"이라고 직격했다. 또 "지금 친한(친한동훈), 친윤(친윤석열)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

친박(친박근혜), 비박 갈등에 비해 10∼20배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정도"라며 "한·원 후보 둘 중 누가 돼도 당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윤 후보와 일문일답.
-- 작년 전당대회 이어 당권 재도전 이유는.
▲ 당이 궤멸적으로 참패했다.

예견된 참패다.

나는 계속해서 수도권이 위기라고, 뺄셈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은 비겁하게 침묵했다.

이 순간에도 변화의 몸부림도 없고, 제대로 된 성찰이나 반성, 변화·혁신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처럼 죽어 있다.

당이 변화·혁신하지 않으면 내 정치적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

당이 변하지 않으면 나 같은 수도권 의원들은 전멸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의 물꼬를 트겠다는 집념을 가지고 나왔다.

-- 왜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나.

▲ 첫째, 적어도 민주당과 싸워 이긴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당원들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둘째, 당원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탄핵 국면이나 당이 분열됐을 때 당에 끝까지 남은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셋째, '윤심이 당심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과감히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넷째, 윤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난 이 네 조건을 갖춘 유일한 사람이다.

-- 한동훈·원희룡 후보는 출마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 둘 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졌다.

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전략도 메시지도 약했고, 결국 당은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원 후보는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했다.

두 분은 자숙과 성찰을 할 시간이며, 전당대회에 안 나오는 게 맞다.

또한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간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

둘 중 누가 되든 당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 총선 패배 책임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중 누구에게 더 있다고 보나.

▲ 대통령도, 한 후보도 각각 책임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선거를 치른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선거를 치른 사람이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 한 후보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보나.

▲ 정치의 가장 기본은 신의와 보은이다.

나는 신의와 보은을 중시했기에 지금까지 생존했다.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 한 후보와 윤 대통령 간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한 후보에게 정치에서 중요한 게 신뢰고, 대통령과 신뢰 회복이 급선무고, 그게 당정관계의 기본이란 걸 말해주고 싶다.

-- 한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이 공포마케팅이라고 반박한다.

▲ '공한증'이란 말을 처음 한 사람이 누군가.

한 후보 쪽이다.

공포를 조장하는 발언을 한 쪽은 그쪽이다.

한 후보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공수처 수사 종결 전 '제삼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해 대야 전선을 흩뜨려놨다.

한 후보 측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 한 후보를 두고 보수가 맞느냐는 정체성 논란이 있다.

▲ (특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것, 주변에 있는 사람들 등을 볼 때 보수 적통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

-- 여론조사상 한 후보가 선두인데,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보나.

▲ 결선에 갈 거 같다.

당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 후보가 채상병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당원들 사이에서 민주당 프레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일사천리로 가진 않을 것 같다.

-- 경쟁 주자들보다 세가 모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 나도 과거 박근혜 대통령 쪽에 줄도 세워봤고, 줄도 서봤지만, 남는 것은 허망함 뿐이다.

권력을 보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줄 세우기에 관심 없다.

--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데 당권 레이스 중반부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복안이 있나.

▲ 진정성에 달렸다고 본다.

인지도가 있는 후보가 있으니 꼴찌 후보가 잘 안 보인다.

하지만 선거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보면, 그제야 윤상현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

-- 현행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내년 9월에 사퇴해야 하는데 이 규정을 손질해야 할까.

▲ 개정하면 안 된다.

개정하면 민주당과 다른 게 뭔가.

-- 대표가 되면 개혁신당과 합당도 추진할 계획인가.

▲ 합당은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대선 전에는 합당이나 단일화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빨리 변화하는 개혁신당으로 눈을 돌릴 것 같다.

-- 대선에 출마할 건가.

▲ 지금 무슨 대선인가. 생각 안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