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전 해체된 덕수궁 흥덕전의 흔적…출입문 위치·규모 확인

흠사문 앞쪽에서 배수로도 확인…"기존 부재 활용해 정비할 것"
일제강점기 때 해체된 덕수궁 흥덕전의 출입문 위치와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흔적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올해 4∼6월 발굴 조사를 진행한 결과, 흥덕전의 출입문인 흠사문과 소안문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덕수궁 흥덕전은 1900년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덕수궁 내 선원전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실된 어진(御眞·왕의 초상화)을 복원하고자 각 지역의 어진을 옮겨 놓은 이안청(移安廳) 역할을 한 곳이다.
1911년 고종(재위 1863∼1907)의 후궁이자 영친왕 이은(1897∼1970)의 어머니인 순헌황귀비가 승하했을 때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두는 빈전으로도 쓰였다.

고종이 승하한 1919년에 일제에 의해 건물이 해체돼 창덕궁 공사 자재로 사용됐다.

올해 조사에서는 흥덕전 전각의 문 터와 부속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바깥담에 세운 대문인 흠사문과 바깥채 안쪽에 세운 소안문 흔적이 잇달아 확인됐다.
흠사문과 소안문은 각각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된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를 토대로 볼 때 길게 다듬은 돌로 기둥의 주춧돌을 받치는 식으로 건물 기초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궁능유적본부는 조사를 통해 주변 행각과 어재실 흔적도 찾아냈다.

행각은 건물 앞이나 좌우에 지은 긴 건물을 뜻하며, 어재실은 왕이 제례를 준비하면서 머무르던 건물을 일컫는다.
흥덕전의 남쪽에 있는 어재실은 정면 6칸, 측면 2칸 규모로 지어졌으나, 훼손 정도가 심해 건물 기초만 일부 확인됐다고 궁능유적본부는 전했다.

흠사문 앞쪽에서 발견된 배수로 흔적 역시 의미 있는 발굴 성과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흥덕전 권역과 도로 경계부를 따라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형이 매우 잘 보존돼 있어 향후 기존 부재를 활용해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덕수궁의 동쪽 부분인 선원전 영역의 전각이나 부속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우물 흔적도 확인됐다.
궁능유적본부는 "건물터에서는 온돌, 부뚜막 등이 확인돼 기존에 만들어진 건물을 철거하고 흥덕전이 건립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는 3일 오후 2시에 발굴 조사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덕수궁 선원전 일대는 현재 복원·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의 '덕수궁 복원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흥덕전과 흥복전을 먼저 복원한 뒤, 선원전은 2030년께 복원·정비 사업을 시작해 2039년께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