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운전자는 베테랑 버스기사…경찰 "구속영장 검토"

서울·경기 지역서 40여년간 버스·화물차 기사로 일해
'급발진' 주장에 "피의자 진술뿐, 차량 감식해 확인할 것"
경찰이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이 운전자는 현재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오전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A씨의 동승자는 사고 직후 주변인들에게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타고 있던 A씨 아내인 60대 여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고로 갈비뼈를 다치는 등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있다.

가해자 A씨는 경기도 소재의 한 여객운송업체에 소속된 버스기사로 파악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회사 기사가 맞다"며 "촉탁직으로 1년 4개월 정도 일했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데 사고가 난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지난해 2월 3일자로 경기도 안산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K여객에 입사하기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추레라 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며 "서울에서도 버스 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정 과장은 "가해자가 말을 하기 좀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의사 소견을 듣고 경찰서로 부르든지 병원을 방문 조사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관계인 진술을 받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증거 훼손이 없도록 조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께 A(68)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지고 4명(중상 1명·경상 3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은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제네시스 차량은 인도로 돌진하던 전후 BMW와 소타나 등 차량 2대도 잇달아 추돌했다. 부상자 4명 중 2명은 각각 BMW와 소나타 운전자이며, 다른 2명은 보행자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