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키이우에 주재관 파견 계획…"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대비"

"우크라이나 군 현대화 등 임무에 초점…신설 사령부와 연계 활동"
유럽 '극우 부상' 등 정치적 변화 속 "지원 지속성 위한 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민간 주재관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미국 등 나토 동맹국의 당국자 여러 명을 인용해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이 포함된 우크라이나 장기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키이우에 파견될 민간 주재관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독일 비스바덴에 새로 창설되는 사령부 등과 연계해 우크라이나의 군사 현대화를 위한 장기적 필요사항과 비(非)군사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사령부 신설 역시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지원 방안에 포함된 계획의 일부로, '우크라이나를 위한 나토 안보 지원 및 훈련'(NATO Security Assistance and Training for Ukraine·NSATU)이라는 이름 아래 군사 장비 제공 및 군사 훈련 조정 등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나토의 새 계획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27일 첫 대선후보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고 맥락과 무관한 발언을 하는 등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안보를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역대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전에 전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WSJ은 "나토의 새 계획은 수개월에 걸쳐 수립됐지만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거둔 부진한 성적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쓴 돈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으로 인해 긴급한 상황을 맞게 됐다"고 짚었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나토의 계획은 "지원과 훈련을 조정하는 책임을 미국보다는 나토가 맡게 되는 것이며 미국이 지원을 줄이거나 철회해도 그 활동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는 "트럼프의 영향을 차단하기(Trump-proof)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토의 새 계획은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우파 정당의 부상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앞서 지난 달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파들이 약진한 데 이어 지난 달 30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도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극우 정당들은 대부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RN도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보내더라도 프랑스군 파병이나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글러스 루트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유럽연합(EU)의 선거 결과에 따른 각국의 잠재적인 정치적 변화 속에서 나토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내구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현직 당국자들은 이번 계획이 시행되면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서방국 사이의 조율이 더욱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나토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의 90% 이상을 제공한다"며 나토를 지원 조율을 위한 플랫폼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