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니는 길인데"…시청역 교차로 '추모 발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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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시청역 교통사고 현장"자주 다니는 길이죠. 저희도 매번 이 근처에서 회식하니까요. 저나 제 지인의 일이 될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인근 직장인 추모 발길 이어져
"자주 회식하는 골목…안 믿긴다"
2일 오후 1시, 전날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교차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만난 박병일(37) 씨는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사고 현장에 국화꽃을 가지런히 올려놓고선 "인근 직장인인데 점심시간에 짬을 내 조문이라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어제 퇴근 후 뉴스를 접하곤 너무 놀랐다"며 "앞으로 이 골목에서 길을 건널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고 전했다.이날 현장에는 오전에 다녀간 추모객들의 흰 국화꽃 다발, 쪽지가 놓여있었고 추모객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사고 희생자 대부분이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먼발치서 조용히 눈 감고 희생자를 애도하던 인근 직장인 김모(39) 씨는 "평소 많이 오가던 길이라 안타까운 마음에 와봤다"며 "(이 골목이) 어제 뉴스에 나온 것을 보고 너무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가) 같은 지역에서 출퇴근했던 분이라고 생각하니 더 슬프다"고 전했다.시민들은 현장 부근 교차로를 건너면서도 사고 현장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탄식하는 모습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와중에 일행들끼리 "여기 일방통행인데 이게 말이 되냐", "(희생자들은) 그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 뿐인데 별안간 무슨 일이냐", "너무 안타깝다" 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위치한 가게 상인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골목의 가게 상인 A씨는 "이미 퇴근한 이후에 사고가 발생해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면서 "뉴스를 먼저 접한 지인들이 '괜찮냐'며 전화가 많이 왔다"고 했다. 이어 "오늘 오전엔 단골 손님 한 분이 '일부러 들렀다'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출근길 내내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같은 건물 상인들도 모두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차로와 인접한 가게의 직원 B씨도 "어젯밤 뉴스에 가게가 나오길래 곧바로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해 서로 괜찮은지 물었다"면서 "이곳에서 근무하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큰 사고가 난 건 처음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 상인 중 일부는 "마음이 너무 안 좋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현재 사고 현장 수습은 마무리된 상태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는 임시 구조물도 설치됐다. 오전 8시께 파손된 가드레일 철거 등 현장 정리가 끝났으며 전날 유리창이 파손된 가게는 이날 오전 11시께 복구 작업을 마쳤다. 인근 가게들도 모두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 오후 9시 28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18길)를 역주행하다 사고를 냈다.이 차량은 빠른 속도로 도로에 있던 다른 차량 2대를 추돌한 후 인도 쪽으로 돌진해 굉음을 내며 안전 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이 사고로 50대 4명, 40대 1명, 30대 4명이 숨졌고 6명이 다쳐 총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초 부상자는 4명으로 집계됐으나 가해 차량 운전자가 들이받은 BMW, 소나타 차량 운전자 2명이 추후 경상자로 추가되면서 부상자가 6명으로 늘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