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황수미 "매 순간 신선한 현대음악... 지루할 틈 없을 것"

지휘자 최수열·소프라노 황수미 인터뷰
오는 4일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공연

"현대음악, 완전히 새로운 감정 마주할 수 있어"
"새로운 작품 발굴, 지휘자로서 의무이자 사명"

황수미 협연자로 나서…"엄청난 성취감 느껴"
‘현대음악은 어렵고 난해하다.’ 비단 일반 대중의 입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골수 클래식 애호가들, 심지어 프로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일단 고개를 젓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악기의 것인지 인간의 것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원시적인 소리부터 파격적인 불협화음, 불규칙적 리듬, 특정할 수 없는 복잡한 조성까지…. 정형화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시도로 곳곳을 채운 ‘낯선 음악’이라서다. 그래서 현대음악은 무대 위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런 현대음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지휘자가 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객원지휘자 최수열이다.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선 오직 현시대 작곡가의 작품들로 모든 레퍼토리가 채워진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공연인데, 청중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면서 올해 다시 돌아왔다. 오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선 헬무트 라헨만의 ‘구에로’, 진은숙의 ‘퍼즐과 게임 모음곡(소프라노 황수미 협연)’, ‘구갈론-거리극의 장면들’ 등을 조명한다.
지휘자 최수열과 공연 협연자로 나선 소프라노 황수미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현대음악은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기호품이다. 짧은 지루함조차 스칠 새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전·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생각하고 듣는다면 현대음악이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보면 이전 음악에선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감정들을 매 순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희로애락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비열함, 당황스러움, 불안함 같은 인간의 면면을요.”(최수열)

최수열은 현대음악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지휘자다. 2010년 세계적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 모데른이 주관하는 국제 아카데미 지휘자 부문에 동양인 최초로 선발돼 1년간 활동했고, 2017년부터 6년간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지냈다. 그는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일에 강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작곡가의 언어가 악보로 남겨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은 무대 위에서 실제로 연주되고 생생한 소리로 청중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악보는 한낱 종이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래서 동시대 작곡가의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공부하고, 무대에 올리는 건 지휘자인 제게 일종의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현대음악에 도전할 때마다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앞서 진은숙의 ‘퍼즐과 게임 모음곡’ ‘말의 유희’ 등을 부른 성악가다.

“사실 쉬운 작업은 아니에요. 일반적인 발성에서 벗어나 소리를 심하게 지르는 등 비성악적인 요소가 많아서 목에 무리가 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고착화된 방향성이 없고 성악가에게 주어진 표현의 폭이 굉장히 넓기에 무대에 올렸을 때 얻게 되는 만족감이 그 무엇보다 크죠. 남이 하지 않은 것을 먼저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보통의 클래식 공연보다 2시간가량 늦은 오후 9시에 시작한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1시간 내로 끝난다. “일부러 공연 러닝 타임을 짧게 잡은 만큼, 음악에서 오는 임팩트를 제대로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의 감각은 달라지고, 새로운 실험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폭도 넓어지잖아요. 그 틈을 노리는 겁니다. 하하.”(최수열)

이어지는 11월 7일 공연에선 베리오, 굴다, 안드리센 등의 작품이 연주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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