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태평양 바누아투에 대통령궁 등 '선물'…영향력 확대

호주 싱크탱크 "中, 인구 30만명도 안되는 바누아투 원조에 290여억원 써"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 대통령궁과 재정부 건물 등을 선물한다고 AF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날 바누아투에서는 중국이 자금을 댄 대통령궁의 공식 인도식이 열렸다.

커다랗게 세워진 '중국 원조' 간판 앞에서 샬롯 살와이 바누아투 총리는 새로운 대통령궁의 개관을 발표했다.

중국 용춤 무용수들과 현지를 대표하는 카바 음료로 가득 채워진 이 행사에서 중국 측 대표는 살와이 총리에게 '중국 원조'라고 새겨진 특대형 황금 열쇠를 건네줬다. 또 이날 주바누아투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중국이 자금을 댄 바누아투 정부의 새로운 재정부 건물 건설과 외무부 건물의 개조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중국대사관은 해당 원조 프로젝트가 갈수록 돈독해지는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상징하며 바누아투에 "또다른 랜드마크 건물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수백명의 공무원이 무료로 임대한 이들 새로운 건물에서 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는 인구가 30만명도 안 되는 바누아투에 대한 원조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이 2천100만달러(약 292억원) 이상의 상당한 돈을 썼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바누아투의 대외 부채 약 40%가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전했다.

주바누아투 중국대사 리밍강은 중국이 이러한 원조 분야에서 실용적 협력 강화를 원하고,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FP는 "중국은 바누아투에서 일련의 주요 인프라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왔는데, 이는 중국이 서방 라이벌들과 펼치는 영향력 경쟁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할 듯하다"며 "바누아투를 비롯해 통가, 솔로몬제도 같은 태평양 국가들이 이른바 중국의 '채무 함정 외교'에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지난 3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남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한 외교와 관련, "올해 말 바누아투에 대사관을 개설할 예정이며 키리바시에도 대사관을 열기 위해 키리바시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평양 도서국은 기후변화와 경제적 충격 등 안보와 번영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이들 국가를 중국의 영향력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라면서 "중국은 외교 지원, 지도층 포섭(elite capture), 대중을 상대로 한 강력한 메시지 캠페인 등을 통해 태평양 도서국에서 자신의 주장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솔로몬제도, 통가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