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세대교체…게임·영화 지고 '남돌' 떴다

콘텐츠산업 지각변동

지난해 K팝 매출 15.2% 급증
세븐틴·스트레이키즈·투바투 중심
앨범 판매량 사상 첫 1억장 돌파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은 '주춤'
한류 이끈 게임·방송 성장세 꺾여
연간 151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 콘텐츠시장의 성장동력이 바뀌었다. K팝을 앞세운 음악시장 매출 규모가 지난해에만 15% 넘게 커졌다. 남성 아이돌 그룹을 뜻하는 ‘남돌’ 두 팀이 지난해에만 1000만 장 넘는 앨범을 판매하며 K팝시장을 키웠다. 한류 1세대로 불리는 게임, 방송 등의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낸 성과다.

앨범 판매량 1~4위 ‘남돌’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음악산업의 매출 추정치는 12조68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조96억원보다 15.2% 늘었다. 이 기관이 집계하는 11개 콘텐츠산업 부문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K팝은 사상 처음으로 실물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을 넘겼다. 1억1578만 장을 판매해 전년(7712만 장)보다 50% 늘었다. 음악 통계 서비스인 써클차트가 연간 앨범 판매량 1~400위를 집계한 결과다. 2013~2016년 1000만 장 안팎에서 머무르다 2018년 2282만 장을 기록한 뒤 급증했다.

음악산업 성장의 주역은 남돌이다. 지난해 실물 앨범 판매량 1위는 하이브 자회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었다. 세븐틴은 K팝 전체 판매량의 7분의 1 규모인 1607만 장을 팔았다. BTS가 병역으로 활동하지 못했음에도 하이브가 지난해 매출로 전년보다 23% 늘어난 2조1781억원을 낸 배경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음반·음원에서만 매출 9704억원을 올렸다. 이 회사의 공연 매출(3591억원)을 능가한다.음반 판매량 2~4위도 모두 남돌이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 키즈’가 1094만 장으로 1000만 장 대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650만 장), SM엔터테인먼트의 ‘엔시티 드림’(472만 장)이 뒤를 이었다.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는 하이브의 뉴진스가 472만 장으로 가장 많았다.

‘콘텐츠 수출의 64%’ 게임은 부진

K팝 앨범 판매량이 급증한 데는 앨범과 굿즈를 연계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사업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를 비롯한 상당수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앨범에 가수 사진이 담긴 카드를 무작위로 함께 제공한다. 팬사인회 응모권을 곁들이기도 한다.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수집하거나 팬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앨범 수십 장을 사들이는 ‘앨범깡’도 팬덤 문화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아이돌 그룹은 남녀노소를 겨냥하는 광고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고 여성 팬층이 확고한 남돌은 팬덤 간 앨범 판매량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산업 전반을 보면 지난해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은 151조585억원으로 전년(151조772억원)보다 0.01% 줄었다. 수출 규모도 132억4300만달러(약 18조4000억원)에서 129억6294만달러(약 18조100억원)로 2.1% 감소했다. 2000년대부터 한류를 이끌어온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꺾인 게 결정적이었다. 게임산업의 매출은 2022년 22조2149억원에서 지난해 21조4287억원으로 3.5% 줄었다. 게임 수출액 규모도 같은 기간 89억8175만달러(약 12조4800억원)에서 83억454만달러(약 11조5400억원)로 7.5% 감소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