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가 그렇게 좋길래?…2030 예비부부들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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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혼' 20~30대, 무쇠주물 팬 구매 많아요리하는 젊은층이 주방용품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무쇠 팬, 주물 냄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무게가 무거워 다소 다루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음식의 맛과 성분을 잘 끌어낸다는 점에서 '요리 좀 한다'는 이들에게 각광받는 추세다.
프랑스 키친웨어 브랜드 르크루제가 지난달 출시한 무쇠주물 멀티팬 ‘에브리데이팬’을 지난 2일 사용해봤다. 출시 한 달도 채 안 돼 일부 색상이 품절되는 등 인기인 제품이다. 이 팬은 르크루제의 무쇠주물 시그니처 제품군의 신제품으로 기존 무쇠주물 냄비와 그릴, 스킬렛(가장자리 경사가 완만한 프라이팬)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이다. 팬 하나로 국물이 자작한 전골을 비롯해 구이, 볶음, 조림 등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지름 28cm의 무쇠 팬과 유리 뚜껑은 꽤 크고 묵직했지만 조리 후 그대로 테이블에 둬도 손색 없을 만큼 원색의 색감과 감각적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나무 상판 식탁에 놓아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진 여느 ‘플레이팅’(식탁 꾸미기) 사진과 비교해봐도 손색없는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스펀지로 세척한 후 물기를 닦고 우삼겹 낙곱새 전골 요리를 했다. 양파, 파 등 채소를 깔고 위에 고기와 새우, 낙지, 곱창 등을 해산물과 함께 올렸다. 무쇠의 특성상 열전도율이 높아 센불로 조리할 필요가 없다. 중약불로 조리했는데 물을 안 넣어도 음식이 타지 않고 익기 시작했다. 무쇠 팬을 처음 사용해본 터라 까다로운 무쇠 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으나 실제로 요리해보니 도리어 팬 전체가 일정하게 열을 받아 조리가 쉬웠다. 주물 제품은 최근 몇 년 새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형틀에서 그대로 뽑아내 열전도율이 높고 열보존율도 높은 게 특징. 기존에도 높은 열전도율 때문에 스테인레스 냄비가 널리 쓰였지만 주물냄비는 이보다 열전도율이 더 높다. 덕분에 일반 냄비보다 적은 에너지를 들여도 보다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주물냄비 예찬론자들의 말이다. 실제로도 일반 팬과 요리를 비교해보니 속도가 20여분 더 빠른 데다 맛의 깊이에도 차이가 있었다.아쉬운 점은 역시 무게였다. 성인 여성이 이리저리 옮기며 요리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최근 젊은 남성이 주방용품 시장 수요의 한 축을 차지하면서 무게가 있는 무쇠 팬이나 주물 냄비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르크루제코리아는 예비 신혼부부가 많은 20~30대에서 여름철 자사 주방용품 구매량이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쇼핑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철에도 가을 결혼을 앞둔 이들의 혼수 쇼핑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는데, 남성 고객이 늘면서 신혼부부 수요가 커진 측면도 있어보인다. 2022~2023년 르크루제의 공식 온라인몰 데이터를 보면 20·30대 신규 회원가입자 수는 7~8월 급증했다. 평균적으로 7월엔 전월 대비 119% 늘고, 8월에 또다시 5배 이상 늘었다. 이중 30대 신규회원은 8월에 구매액이 가장 많았으며 중에서도 무쇠주물 카테고리 구매액이 가장 높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