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잠자는 백설공주 깨우기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초임 법관 시절부터 지금까지 판결문 전면 공개를 주장해 왔다. 올해 정년으로 법원을 나올 무렵 ‘잠자는 백설공주(미공개 판결문)를 깨워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강해지는 AI 패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 AI만이라도 한국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전국 법원에서 산출되는 판결문은 법조 AI 원료인 학습 데이터의 핵심이다. 지금도 신청 절차를 거쳐 판결문이 일부 공개되고 있지만, 전면적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미국, 중국 등에서는 모든 판결이 공개되고 있다.AI 시대에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법조 AI의 발전에서 핵심이라는 것에 큰 방점이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기대돼서다. 첫째, 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는 법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법률 교육과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판결문은 법적 논리와 적용 사례를 담고 있어 법률 교육과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셋째,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판결문이 실시간으로 전면 공개되면 시민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부의 법적 판단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넷째, AI 기술을 활용한 법적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진다. 방대한 분량의 판결문 데이터를 AI가 분석함으로써 특정 사건의 판결 경향을 파악하고, 법적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다섯째, 법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누구나 판결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법적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법적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투명한 법적 절차는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높이고, 법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에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는 법의 투명성과 신뢰성, 시민의 알 권리 보장, 법률 교육과 연구, 법적 분석과 예측, 법적 불평등 해소, 사회적 신뢰와 연대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는 AI 시대에 걸맞은 법적 환경을 조성하고, 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국회가 앞장서서 ‘잠자는 백설공주’인 미공개 판결 데이터를 깨워 국민에게 돌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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