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만 처벌한다고 산업안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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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노동전문가'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장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자 수·사고발생률 변화 없어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해야"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이 2일 서울 구로동 대한산업안전협회 중앙회에서 산업 현장 중대재해 감축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제공
“경영자만 겁을 줘서 사고를 줄이겠다는 논리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손을 봐야 합니다. 처벌 위주의 규제는 명백하게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산업안전보건 강조의 달(7월)을 맞아 2일 만난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시행 3년 차를 맞은 중대재해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 회장은 “산업안전은 사용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노사 공동의 문제”라며 “노사 모두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근로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지난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해 30년 가까이 고용노동부에서 노사협력정책관, 고용정책실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고용노동 정책 전문가다. 5월부터 대한산업안전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1964년 설립해 올해 60주년을 맞은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안전관리 위탁 및 교육, 진단,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안전 분야 민간협회다. 약 1300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최근 5년간 산업 현장의 전체 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882명, 2021년 828명, 2022년 874명, 2023년 812명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2022년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사고 사망자는 줄지 않았다. 사고사망만인율(1만 명당 사고 사망률)은 2020년 0.46명, 2021년 0.43명, 2022년 0.43명에서 지난해 0.39명으로 줄었으나 건설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전체 사고 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80% 안팎으로 법 시행으로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임 회장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안전 관리 고도화다. 그는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서는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최근 정부가 기존 규제 중심에서 자기 규율 예방 체계로 안전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했지만 현장에서 이행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준비해야 할 문서, 지켜야 할 법규가 너무 많아 산업 현장에서 안전 관리보다는 문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 현행 안전 관련 법규는 산업안전보건법령 1220개, 중대재해법 16개, 시행령 15개 등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제대로 파악하기엔 역부족이다.협회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클라우드 방식의 산업안전관리시스템(스마플)을 개발·보급해 기업들의 관련 법규 준수는 물론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신기술도 개발했다. 인공지능(AI)이 위험구역 내 움직임이나 화재 등 영상을 분석하고, 비명 등 소리를 감지해 자동으로 위험 공정을 멈춰 세우는 시스템이다.

임 회장은 안전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안전 관리자 육성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사고가 나면 원인 규명보다 처벌만 하려고 드니 안전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소 사업장 안전 관리자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 경력 개발 프레임워크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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