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시 경고등 켜진 가계대출…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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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0.13%P 올리기로국내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신한, 하나, 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도 가계대출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는 등 가계 빚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이 전격 주담대를 조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급해진 금융당국도 주요 은행 임원을 긴급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가계대출 반년새 16조 급증
신한·하나은행도 인상 검토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일부터 주담대 혼합(고정)·변동금리를 0.13%포인트 올린다. 가입 후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0~4.4%에서 연 3.13~4.53%로 오른다.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도 연 3.67~5.07%에서 연 3.8~5.2%로 인상된다.신한과 하나, 농협은행도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2%대까지 인하한 신한은행은 연 3% 수준으로 최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 농협은행도 이달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로 하고 인상폭을 논의 중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16조1629억원 불어났다. 작년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2.33%로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당국에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1.5~2.0%)를 훌쩍 넘어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삐 풀린 주담대' 6월에만 6兆 급증…"정부가 막차 수요 부추긴 꼴"
주담대 67%가 정책금융상품…다급해진 금융당국, 은행권 소집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올 들어서만 22조원 넘게 불어났다. 작년 12월 말 529조8922억원이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52조1526억원으로 반년 새 22조2604억원(4.2%) 늘었다. 특히 지난달엔 한 달 동안 5조8467억원(1.1%)이나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에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성행하던 2020년 10월(1.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임원회의에서 “하반기 시장의 기대감이 금리 인하와 주택 가격 회복 등 한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예상과 다른 작은 이벤트에도 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3일 은행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동향과 관리 방안을 논의한다. 당국이 주담대 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수요 억제 방안 마련을 당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특정 은행에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5대 은행 모두 주담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이 정부가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 중심으로 늘고 있어 은행권의 금리 인상만으로 대출 증가세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5조7000억원) 가운데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3조8000억원) 비중이 66.7%에 달했다. 최저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한 신생아 특례대출도 지난 1월 말 출시된 이후 5개월 만에 6조원(구입자금·전세자금 합산)의 신청이 몰렸다.
정부가 서민 지원과 부동산 경기 회복을 이유로 가계부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당초 부부 합산 기준 1억3000만원에서 올 3분기 2억원으로 올리기로 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도 가계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주담대 ‘막차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진/김보형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