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추진→사퇴→탄핵추진→사퇴…'정쟁터' 된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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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방통위 파행, 왜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자진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하고 면직안을 재가했다. 거대 야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하고, 방통위원장이 직무정지에 따른 방통위 업무 마비를 피하기 위해 자진사퇴하는 상황이 7개월여 만에 재연된 셈이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도 지난해 12월 같은 상황에 몰려 자진사퇴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 업무 마비 상태 막으려
김홍일, 탄핵안 표결 전 사퇴
7개월 전 사퇴한 이동관 '판박이'
여야 '방문진 이사교체' 충돌
후임 방통위장엔 이진숙 거론
내달 공영방송 이사 교체할 듯
김 위원장의 이날 자진사퇴는 예고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원내 5개 야당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고,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야5당이 국회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에 대한 심리를 마칠 때까지 최장 6개월간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다.현재 방통위에 방통위원은 2명인데,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안건 의결 조건인 ‘과반 찬성’을 충족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여당 1명 및 야당 2명)가 추천한 3명 등 총 5인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민주당은 최민희 의원을 야당 몫 후보자로 추천했는데, 정부는 최 의원이 결격사유(과거 경력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이후 최 의원은 자진사퇴하고 민주당이 다음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으면서 방통위는 계속 2인 체제로 운영됐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탄핵 이유로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한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방문진은 MBC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는 다음달 12일 종료된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하자 다음 날인 28일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이사 선임 절차를 시작해놓고 새 방통위원장이 다음달 이사 교체를 마무리하도록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청문 보고서 채택과 관계없이 인사를 강행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새 방통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다. 후임으로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지난해부터 국회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두 번이나 추진하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작금의 현실은 정말 불행하고 안타깝다”며 “이번 사퇴가 반복되는 혼란과 불행의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국회에서 발의한 탄핵안에서 주장하는 탄핵 사유가 법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은 국민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는 직무정지를 통해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퇴를 비난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탄핵안이 발의되자 도주하는 식으로 그만뒀다”며 방송장악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그 등본이 대상자에게 전달됐을 때부터는 자진사퇴할 수 없는 법안을 발의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