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비전발표, 비전은 안 보였다

羅·元·尹 '보수 정체성' 강조
韓 "중·수·청 겨냥해 바뀌어야"
당 안팎 "기존 메시지와 비슷"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2일 서울 마곡동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후보. 강은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2일 정치 및 경제 현안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마곡동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가 차례로 연단에 올랐다.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보수 재건’을 위한 방안을 밝혔다. 한 후보는 유일하게 보수 세력 자체의 ‘변화’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은 힘이 없다”며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으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BSC(균형성과지표) 등의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다른 후보들은 당의 정체성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원 후보는 “당과 우파 진영의 강화”를 내걸고 “각종 우파 시민단체와 연대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 후보도 “보수 정체성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이익 집단이 아니라 우파이념에 투철한 가치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 산업 정책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한 후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며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했고, 원 후보는 “민생 경제 비상회의를 매월 당정이 열겠다”고 했다. 나 후보도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며 저출생 시대에 대비한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새로운 비전이 실종된 발표회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규제 완화와 정책 중심 정당으로의 개편 등 21대 국회부터 국민의힘이 강조해온 메시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충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후보도 있었다. 원 후보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당이 논의를 주도하겠다”면서도 고물가 문제 해결을 공언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올라가는 경제학의 기본상식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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