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활 균형]어린이날·한글날 ‘월요일 휴일’ 지정 검토

날짜 대신 '○월 ○째주 월요일' 공휴일 방식
월급 지급 주기, 주 1회·월 2회 등으로 다양화

'4시간 근무, 30분 휴식' 휴게시간제 유연하게
내년까지 연구 착수…2026년 제도 개선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휴일 체계를 날짜 중심에서 요일 지정 공휴일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어린이날(5월 5일), 광복절(8월 15일) 등 특정 날짜로 공휴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월 ○번째 ○요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2일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의 일·생활 균형 확보 방안을 공개했다. 비효율적인 공휴일제도를 개편해 연휴 효과를 극대화하고, 휴식의 효율성과 내수 진작 효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새해 첫날(1월 1일), 현충일(6월 6일) 등은 주말과 겹치면 대체 공휴일을 지정하지 않아 해마다 공휴일 수가 달라진다. 목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금요일에 개인 휴가를 써야만 연휴를 확보할 수 있다.정부는 대체 휴일을 확대하거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 법을 통해 요일 지정 공휴일제를 확립했다. 1월 셋째 월요일인 ‘마틴 루서 킹 데이’, 2월 셋째 월요일인 ‘대통령의 날’,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 9월의 첫째 월요일인 노동절, 10월의 둘째 월요일인 ‘콜럼버스 데이’,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덕분에 1, 2, 5, 9, 10월에는 무조건 토·일·월 사흘 연휴가 생긴다. 일본은 1월 두 번째 주 월요일은 '성인의 날', 9월 셋째 주 월요일은 '경로의 날'로 지정하는 '해피 먼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려면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대체 공휴일 지정은 '정부 시행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대한 규정' 개정 사항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규정이지만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도 이 규정에 따라 대체 공휴일에 쉬고 있다.

정부는 급여 지급 주기를 다양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월 1회 지급되는 급여를 주 1회, 2주 1회, 월 2회 등으로 나눠 주도록 하는 것이다. 직장인의 자금 유동성을 원활하게 만들어 경제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필리핀 등은 월 2회 또는 2주 1회 급여 지급을 활성화하고 있다.경직적인 휴게시간제도 개편될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 시간이 4시간이면 중간에 30분 이상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근로 시간이 8시간 이상이면 1시간 이상을 휴게시간으로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휴게시간은 무급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휴게시간 없이 4시간 연속으로 일하고 퇴근하고 싶다"는 근로자들의 요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용자가 이런 요구를 들어줄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의 휴게시간 선택권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선진국들은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근로 시간 6시간 이상인 경우 휴게시간을 20분을 주게 돼 있다. 독일은 근로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30분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휴게시간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면 근로자가 조기 퇴근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근무 시간의 업무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휴일·근무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장시간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2022년 기준 한국 임금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 대비 185시간 많다.저출생·인구감소로 노동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도 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7개국 중 33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도입·활용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연근로제를 도입 비율은 25.1%로 집계됐다. 전년(27.3%)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휴일제·휴게시간·급여 지급 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2026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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