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황산계약 일방 종료"…경영권 갈등 이어 이번엔 법정 공방

불공정거래 행위로 소송 걸어
"20년간 맡았다 끝내겠다 통보"

고려아연 "자체 물량도 버거워"
영풍이 황산 취급 문제를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새로운 소송전을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고려아연이 대행한 황산 관리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냈다며 법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일 냈다.영풍은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은 2003년부터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 물질인 황산의 보관과 관리를 동업 관계였던 고려아연에 맡겼다. 경북 봉화 석포 제련소에서 나온 영풍의 황산은 기차로 울산 울주군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저장 탱크로 옮겨진다. 이후 고려아연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근 온산항으로 이동, 황산이 필요한 국내외 기업에 팔린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대립이 극심하던 지난 4월 영풍의 황산을 더 이상 취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시한은 기존 계약이 끝나는 이달 1일로 정했다. 그러나 영풍은 대체 설비 마련에 최대 7년이 걸려 고려아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영풍은 강원 동해항에 황산 저장 탱크를 한 개 보유하고 있다. 이 용량을 늘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정부와 협상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8년째 진전이 없다. 업계에선 영풍이 황산 저장 탱크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3개월 정도만 더 황산 취급 대행 업무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보유한 총 21개의 황산 저장 탱크 중 노후화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를 폐쇄했다”며 “하반기부터 4개를 추가로 철거할 예정이어서 자체 물량도 소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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