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의 무모하고 매혹적인 질주…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 제작
미국 뉴멕시코주 소도시에 사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는 허름한 체육관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아침과 저녁에 체육관 문을 여닫는 것부터 화장실의 막힌 변기를 뚫는 것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한다.

돈이 없어 이곳저곳 떠돌면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성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가 이곳에 도착한다.

보디빌더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잭키는 루가 일하는 체육관에서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레즈비언인 루는 건강미 넘치는 잭키를 본 순간 반한다.

양성애자인 잭키도 루에게 빠져든다.

영국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 로즈 글래스의 신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두 명의 젊은 여성 루와 잭키가 사랑에 빠지면서 도시를 발칵 뒤집어놓는 이야기다. 영화 속 전복의 대상은 명확하다.

루의 형부(데이브 프랑코)와 아버지(에드 해리스)로 표상되는 가부장적 질서다.

루는 언니가 형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괴로워한다. 루의 아버지는 경찰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범죄 조직의 보스지만, 사위의 가정폭력을 모른 척한다.

루가 잭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폭력과 공포, 이해타산으로 유지돼온 기성 질서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둘의 사랑이 낳은 충동적 행위로 예상치 못한 범죄가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루와 잭키의 충동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만큼 에너지로 넘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앞뒤 안 가리고 범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간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폭력과 섹스의 묘사에서 과감하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루와 잭키의 범죄는 위태로운 줄타기처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시대적 배경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라디오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에 관한 뉴스가 나오는 장면으로 미뤄 1989년으로 짐작할 수 있다.

두 여성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질서에 반기를 든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메시지보다는 스타일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폭력과 범죄, 섹스와 유머, 현실과 환상을 엮어 개성적인 범죄 로맨스를 만들어낸 연출이 돋보인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주목받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사랑에 빠져 위험천만한 질주에 몸을 내던지는 루를 빼어난 연기로 그려낸다.

실제로 동성 연인과 약혼하고 성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해온 스튜어트가 그만큼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고 평가받았다.

육체미를 뽐낸 잭키 역의 케이티 오브라이언은 보디빌더 대회 출전 경험을 가진 배우로,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 '미션 임파서블' 여덟 번째 작품에도 캐스팅됐다.

루의 아버지를 연기한 에드 해리스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에도 출연한 관록의 배우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글래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감독상을 받았고,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이달 4일 개막하는 제28회 BIFAN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가여운 것들'(2024),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 '미나리'(2021), '미드소마'(2019), '유전'(2018) 등 개성적인 작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할리우드의 새로운 명가로 떠오른 A24가 제작을 맡았다. 10일 개봉. 104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