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주식까지 다 내다 판다…돈 싸들고 떠나는 부자들

총선 리스크에 떠는 영국·프랑스 자산가
英 자본이득세에 보수당 "인상 없다" 노동당 ".."
노동당 내부선 부동산 양도세율 4~16%P 인상 검토
재정 적자 상황서 공공인력 늘리려면 세수 필요

프랑스선 스페인·스위스 이주 문의 폭주
마크롱 '부동산만 부유세 부과' 개편했지만
극우·극좌 양쪽서 '부유세 부활'론 제기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고액자산가들의 탈(脫)영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노동당이 세수 확보를 위해 자본이득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프랑스에서는 부유세 확대를 우려하는 자산가들이 인접국으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英 부자들, 총선 전 부동산 주식 다 판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더비셔주 클레이크로스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3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영국 자산관리업체들을 인용해 영국 부자들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고 있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사업가들은 영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관리업체 에블린파트너스의 토비 탈론 파트너는 "현금이 곧 필요한 고객은 자산 매각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며 "다른 고객들은 총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영국 노동당이 부동산·주식·채권 등을 처분해 발생하는 이득에 부과하는 세금인 자본이득세 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영국은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자본 이득을 더한 금액이 종합소득 기본세율 구간 이하면 10%, 구간을 초과하면 20%의 자본이득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각각 18%·24%, 펀드 투자 성과 보수에 대해서는 18·28%의 세율이 부과된다.
집권당인 보수당은 선거 공약에 '자본이득세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노동당은 공약에 법인세·소득세·국민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지만 자본이득세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세금은 인상하지 않는다'는 노동당의 슬로건 역시 자본이득세 인상의 문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당이 자본이득세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에서도 세율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세수 확보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레솔루션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차기 정부는 세금을 그대로 둔다는 전제 하에 2029년까지 연간 190억파운드(약 33조4800억원)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립 교사·국민보건서비스(NHS) 충원 등 노동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태다.

가디언은 지난달 21일 노동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총선 승리 시 공공서비스를 재건하기 위한 상속세·자본이득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은 현재 24%인 부동산 자본이득세 세율을 소득세와 같은 40%로 인상하는 급진적인 방안부터 2주택 판매 시 자본이득세율을 28%로 인상하는 안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를 통해 최대 80억파운드(약 14조1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영국 회계법인 PKF프랜시스클라크는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자산이나 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거나 단기·중기적으로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개인은 현재 세율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자산을 빨리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위스 이주 고민하는 프랑스 부자들

프랑스에서도 자산가들이 부유세 부활에 대비한 '비상 대책'을 세우고 있다. FT는 프랑스 변호사·세무사·자산관리사에게 이탈리아나 스페인, 스위스로 임시 이주를 문의하는 자산가들의 연락이 폭주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 강경우파 국민전선(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가 2일(현지시간) 파리 당사에서 나오면서 활짝 웃고 있다. /AFP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10월 '연대세(ISF)' 항목 중 부동산은 남기고 요트·수퍼카·귀금속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며 부유세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1989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도입한 연대세는 130만유로(약 19억4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보유액 대비 0.5~18%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이 연대세는 매 선거 때마다 복원·수정·폐지되며 오랜 세월 프랑스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프랑스 좌파동맹인 신민중전선(NFP)는 마크롱 대통령의 부유세 축소를 되돌리고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경우파인 국민연합(RN) 역시 금융 소득까지 연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8일 "마크롱 대통령은 수백만명의 프랑스인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에 부유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극부유층, 초부유층에게 상당한 세금 혜택을 줬다"라며 "나의 우선순위는 항상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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