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당선시키려고 나왔다'…인요한 "한동훈 소통 안 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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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은 누가 되든…대표 잘 뽑아야"원희룡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점찍혀 최고위원에 출마한 인요한 의원. 인 의원은 원 후보를 성경에 나오는 '빛과 소금'에 비유하며 그를 추켜세웠다. 그는 자신의 최고위원 당선은 안중에 없는 듯, 오직 '원희룡 밀어주기'에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원희룡, 머리 좋아도 잘 듣고 확인하는 사람"
"한동훈은 자기 뜻 펼쳐가나는 것 해 온 사람"
"나와 소통 잘했다고? 대화 안 돼 힘들었다"
인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의 정견을 듣는 비전 발표회가 끝난 뒤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과 만났다. 총선 직전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만큼, 인 의원의 모든 관심은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원희룡 후보가 대표가 되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 인 의원은 원 후보에 대해 "따뜻하고 잘 듣는 사람"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각을 세우지 않고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력한 경쟁 주자인 한동훈 후보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그는 한 후보의 약점으로 '소통'을 꼽았다. 두 사람은 최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총선 전후 '소통'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말을 내놓은 바 있다.
인 의원이 먼저 '과거 한 후보와 소통이 잘 안 됐다'고 지적하자, 한 후보가 "전략이라든가 어떤 당의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내는지에 대해서 저랑 충분히 자주 통화를 했었다. 기억을 잘 못 하시는 것 같다"며 반박한 것이다. 인 후보는 이날 이에 대해 재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햔 후보가) 소통을 잘했다고 그랬는데, 소름이 끼친다. 그런 일 없었고, 대화가 안 돼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언급하는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인 의원은 "당원들은 내부를 훨씬 더 잘 안다. 흐름에 변화가 있다"면서 "경남과 경북에 갔더니, '원 장관과 꼭 성공하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안인 '당정관계 설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았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해선 거침 없고, 시원시원하며,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저는 국채는 죽어도 발행 안 합니다"고 말한 일화를 꺼내면서는 "존경할 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병'을 치유해 존경을 받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까지 언급하며 "지도자는 때로는 포퓰리즘에 따르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요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인요한 의원을 여전히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끌려 나와 정치인이 됐는데,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평범한 사람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리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4년 후에 평가됐으면 좋겠다."
Q. 정치인이 되자마자, 지도부 입성까지 도전하게 됐다. 원희룡 후보를 돕기 위해서일 텐데, 인요한에게 원희룡이란?
"원희룡은 따뜻하고, 잘 듣는 사람이다. 가장 큰 멋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 후보에게 '말을 너무 길게 한다'고 했더니 곧장 "맞다. 그거 좀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원 후보는 내가 제일 어려울 때, 혁신위원장 하며 혼자 외롭게 싸울 때 '험지로 가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그때 내가 "피눈물이 난다. 너무 고맙다"고 했었다. 사람이 너무 좋고, 아는 것도 많다. 도지사도 했고, 국회의원 두 번 했고, 장관도 했다.
제일 중요한 건 각을 세우지 않고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 제일 좋은 대안이 원 후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런 얘길 하는 거다."
Q. 원 후보와 종교도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원 후보 종교가 기독교다. 절실한 크리스천이다. 처음 만났을 때 '식사 기도해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스스로 돌아오고 있는 탕자라고 하더라. 원 후보는 신앙적으로 얘기하면 '빛과 소금'이다."Q. 한동훈 후보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뭔가
"두 분 다 머리가 좋다. 근데 원희룡 후보는 머리가 좋아도 다시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것을 할 줄 알고, 한동훈 후보는 자기 생각을 뜻대로 펼쳐나가는 것을 해 온 사람 같다. 특별히 조율하거나 하는 일이 없다. (한 후보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비판 듣고 소통을 잘했다고 그랬는데, 소름이 끼친다. 그런 일 없었고, 대화가 안 돼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Q. 여론조사는 한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인 의원은 '뒤집힐 가능성이 90%'라고 했다. 왜 그렇게 보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여론조사) 믿으세요? 당원 여론조사 해 봤나. 그건 일반 여론조사다. 당원들은 내부를 훨씬 잘 안다. 제가 경남과 경북에 갔는데, 거기 사람들이 '원 장관과 꼭 성공하라'고 하더라. 우리가 당선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흐름에 변화가 있다."
Q. 인 의원 본인은 최고위원직에 큰 욕심이 없는 것 같다
"최고위원 되면 뭐 할 거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지금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원 후보를 어떻게 당선시킬 건가 (하는 생각뿐이다.)"
Q. 그래도 대표와 최고위원은 각각 투표해야 한다
"최고위원은 제가 들어가든 딴 사람이 들어가든 크게 나라를 좌우하진 않는다. 당 대표를 잘 뽑아야 한다. 민주당은 잘못 뽑지 않았나. 민주당은 이제 그냥 의회 독재가 되어버렸다."
Q. 자신을 "전라도에서 자란 순천 촌놈"이라고 소개할 만큼 호남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전 대표까지 이어지던 '서진(西進)정책'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지역감정을) 영웅적으로 이긴 사람이 이정현 전 의원이다. 그런 이 전 의원이 전남 광양·곡성·구례에 출마했는데, 이재명 대표 부인을 보좌했던 사람이 이겼다. 그게 정상이냐? 여기서 받는 메시지는 (국민은) 이재명보다 우리가 더 밉다는 것, 그 냉담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를 진짜 미워하는구나. 왜 미워하느냐? 안 변했기 때문에. 자꾸 그 밥에 그 반찬이야. 말로만 변했다. 아직 혁신이 끝나지 않았다."
Q. 계속해서 국민의힘 혁신을 강조하는데, 변화의 초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나?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근데 쉽지 않다. 민주당보다 우리 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더 미워할 가능성도 있다. 괜찮다.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것뿐이다."Q.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 '당정관계'다. 바람직한 당정관계에 대한 생각은?
"당정관계가 위협을 안 받으면 별로 안 중요하다. 그냥 하면 된다. 근데 지금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뭔가 다 대통령 잘못이라고 욕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잘못해서 다 잘못된 거라고 하면 정말 편하다. 근데 나는 우리 모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사실은 인간적이다. 거침없이 대화도 하고, 의견을 다투기도 했다.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작년 여름에 그냥 사석에서 대통령과 밥을 먹었는데 '저는 국채는 죽어도 발행 안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자식, 손주들이 그 빚을 다 갚아야 하는데 그런 무책임한 포퓰리즘은 못 하겠다'고 하더라. 존경할 만하더라. 지도자는 때로는 포퓰리즘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을 해야 한다. 철학 있고 소신 있는 영국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잘못된 걸 많이 고쳐서 존경받지 않나."
Q. '의정갈등' 관련해서 인요한이 나서서 좀 해결해주길 바라는 민심도 있는 것 같다. 당 지도부가 되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인지?
"어마어마하게 (노력)했다. 내가 국민의힘 의료 개혁특위 위원장을 했다. 지금은 끝나서 손을 뗐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양쪽과 물밑 접촉하고 엄청 많이 했다. 그건 공개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환자 곁을 떠나고 싶은 의사는 없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의사와 간호사의 희생에 의해 성공했다. 코로나 때 영웅적인 의사와 간호사가 너무 많은데, 그게 끝나자마자 이런 일을 겪으니 이유가 뭐든 간에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렇다고 정책을 비판하거나,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건강보험 전체가 개혁되어야 한다."
Q. 아직 4년 뒤를 상상하긴 이르지만, 재선도 생각하고 있나? 지역구는 어디를 고려하고 있는지? "마음 같아서는 그냥 순천에 조용히 다시 내려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