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들 "금투세 내년 시행 반대…원점서 재논의"
입력
수정
금감원-증권사 CEO 간담회증권사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하기가 실무적으로 어렵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룰지 말지부터 빨리 결정키로"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3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각론보다는 총론의 관점에서 금투세 관련 애로들을 나눴다"며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안 돼 있고 관련 시스템 등 준비상태도 미진해 엉성한 측면들이 많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행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앞서서 '미룰지 말지'를 먼저 빨리 정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황 부원장보는 이어 "참석한 증권사들 전부 금투세의 내년 시행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은 없었다"며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관련 인적·물적 투입이 가능한 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증권사 사장들도 "(오늘 간담회에선) 금투세 등과 관련해 총론으로서의 이야기만 했을 뿐 세밀한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각 사가 언제 공시를 할지 등도 논의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금감원-증권사 CEO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국내 증권사 14곳(미래·NH·한투·삼성·KB·신한·메리츠·하나·키움·대신·교보·한화·카카오·토스)과 외국계 증권사 2곳(JP모간·UBS)이 참석했다. 증권사 CEO들은 간담회에서 내년에 금투세를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완비하는 게 곤란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완한 뒤 시행 시기를 결정하되,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또 금투세를 도입하면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가 있고, 기관 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정확한 손익계산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는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이 생길 수 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CEO들은 기업들의 밸류업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선 상속세, 법인세, 배당세 등의 세제 혜택 등 보다 적극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이복현 금감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특정 이념이나 정파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CEO들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자본시장 제도개선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업계도 이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힘쓰겠다"며 "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