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떼창의 성지가 된 글래스턴베리…봉준호 '옥자' 최초 상영도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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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락페, 글래스턴베리를 가다 (2)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서머싯주 필튼에서 열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둥근 천막 텐트 안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눕거나 앉아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곧이어 밥 딜런의 이야기를 다룬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아임 낫 데어’가 상영됐다. 영화가 끝나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챗이 연단에 섰다. 그녀는 30분 간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그녀는 ‘반지의 제왕’ 속편에서 갈라드리엘로 곧 돌아올 것이라는 힌트를 남기기도 했다. ‘필튼 팔레(PILTON PALAIS)’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텐트에선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5일 동안 작은 영화제가 열린다. 처음엔 부모와 함께 글래스턴베리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아동용 상영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대를 위한 영화가 걸린다. 올해는 총 30개 영화가 이곳에서 관객을 만났다. 최근 개봉작인 ‘인사이드 아웃 2’와 ‘퓨리오사’뿐 아니라 1922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노스페라투’도 상영됐다. 틸다 스윈튼이 공동 프로듀서로서 텐트 상영관에 걸 영화를 고르고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 참여한다. 그녀는 영화제 기간 내내 스태프들과 필튼 팔레 옆에 마련된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올해는 13개 작품이 배우나 감독 등이 참여하는 GV 행사로 꾸려졌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GV 중 하나는 앤드류 헤이그 감독의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였다. 샬롯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에서 아빠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폴 메스칼과 드라마 ‘셜록’에서 짐 모리어티 역할을 맡아 이름을 알린 앤드류 스캇이 동반 참석했다.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 밖까지 줄을 서야 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파트2’도 올해 인기를 끈 작품 중 하나였다. 작품에서 황제의 딸로 열연한 플로렌스 퓨가 GV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출세작 중 하나인 영화 ‘미드소마’에서 썼던 화관을 머리에 두르고 나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틸다 스윈튼도 영화 ‘프라블러미스타’ 상영에 앞서 직접 영화를 소개하러 단상에 오르거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GV에 참석해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다. 글래스턴베리는 헐리우드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17년엔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개봉 전 필튼 팔레에서 먼저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이 영화를 제작한 플랜B 공동 대표인 브래드 피트와 미란도 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이 자리를 빛냈다. 같은 해 조니 뎁은 영화 ‘리버틴’을 소개하기 위해 글래스턴베리에 설치된 또 다른 야외 상영장을 찾았고, 노엘 갤러거는 자신이 소속했던 밴드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의 상영에 맞춰 야외 상영장 무대인사에 참여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헀다. 필튼 팔레는 음악 페스티벌 부지 한 가운데에 지어진 영화관답게 뮤지컬 영화나 아티스트의 전기영화 등을 ‘싱어롱(노래를 함께 부르는 형식)’ 상영관으로 설정해 두기도 한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관객들이 찾다 보니 여타 싱어롱 상영관보다 ‘떼창’의 수준이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을 싱어롱으로 상영해 관객들이 ‘Never enough’를 열창했다.
앞서 필튼 팔레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싱어롱 상영은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가 2019년 상영됐을 때였다. 엔딩롤이 올라가면서 퀸의 ‘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오자 영화 속 웸블리 스타디움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텐트가 가득찬 바 있다.
글래스턴베리(영국)=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