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가계대출 증가세…금감원, 15일부터 은행권 현장점검

주담대 중심 급증…"증가세 더 빨라지는 조짐, 선제 관리 필요"
DSR 준수 등 점검…연초 설정한 경영목표 내 가계대출 취급 당부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가계 빚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 현장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리 하락 기대와 주택가격 상승 예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둔 선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계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자 당국이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 주재로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관리 방향 등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가계부채가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올해 4월 들어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성급한 금리하락 기대와 일부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상승 예상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사업자 및 가계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 건전성 관리 강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 점검을 위한 서면·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종합 점검은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이번 점검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스트레스 DSR 규제 이행 적정성, 가계대출 경영 목표 관리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점검 결과 나타난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금감원은 각 은행이 연초 설정한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목표 증가율을 연간 2~3% 수준으로 설정한 바 있다.
가계대출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담보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차주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심사 관행을 확립해줄 것도 주문했다.

DSR 규제 내실화 및 확대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은행권도 자율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차주 소득 등 상환 능력을 파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을 오는 9월로 두 달 돌연 연기하며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빚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 부원장은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줄여나가면서 상환능력 이내에서 빌려주는 대출 관행은 금융당국의 최우선 순위 정책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선제적인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당국 방침에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가계 주택담보대출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p) 축소했으며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p 인상했다.

한편, 금감원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돕기 위한 금융 지원 대책이 은행 영업 창구에서 실효성 있게 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전세사기 피해가 다수 발생한 지역의 경우 은행 영업점 내 전용 상담창구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