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11번가 인수 추진…"식품배송·오픈마켓 윈윈"

지분 맞교환 방식 M&A 제안

11번가, 큐텐과 협상 불발 후
8개월 만에 매각 절차 속도

e커머스 판도 바뀔지 관심
성사시 오픈마켓과 시너지 기대
출자자 동의 필요해 시일 걸릴 듯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추진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큐텐의 11번가 지분 인수 협상이 불발된 지 8개월 만이다. ‘c커머스’(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공습으로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합종연횡’ 인수합병(M&A)으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최근 오아시스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고 매각 방식과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 주식 일부와 관계사인 물류업체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는 지분 교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큐텐이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다. 당시 큐텐은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티몬 지분 81.74%와 큐텐 지분을 맞바꿨다. 오아시스도 큐텐처럼 자본금을 투입하지 않고 11번가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업계에선 11번가와 맞교환하게 될 오아시스의 지분 규모를 20~25%대로 추정하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사업이 순항하며 몸값이 불어난 오아시스와 달리 11번가는 적자 폭이 확대되며 기업가치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오아시스가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서면 1조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상장이 무산됐을 때 기관투자가로부터 7000억원대로 평가받았으나 올해 들어 공모주 시장이 회복되고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올 1분기 매출 1289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내며 창사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567% 늘었다. 올 한 해 매출은 50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1번가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내며 몸값이 5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최고 2조7000억원에 달했으나 5분의 1 토막이 났다. 11번가는 올 초 최대주주인 SK스퀘어(지분율 80.26%)가 2대 주주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18.18%)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며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SK스퀘어는 경영권을 자진 포기하고 투자자가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폴’ 방식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올초부터 큐텐을 비롯해 컬리 아마존 롯데 등과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산됐다.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한다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생협 기반의 신선식품 배송에서 벗어나 오픈마켓과 직구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오아시스는 11번가가 보유한 SK 계열사 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11번가와 파트너십 관계인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통해 K푸드의 해외 직배송 등을 신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이 11번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쓱닷컴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하는 데 이어 11번가와 오아시스가 손잡는다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각이 성사되려면 주요 출자자(LP)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한다. 11번가의 매각이 성사되면 투자자인 국민연금(출자금 3500억원), PEF 운용사 H&Q코리아(1000억원)와 MG새마을금고(500억원) 등은 오아시스가 상장할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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