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멀었던 국가대표·지도자, 전문의 상담 후 '일심동체'

대한체육회, 파리 올림픽 앞두고 6개 종목 '스포츠팀분석' 효과 기대 만발
2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체육회와 대한민국 선수단이 기대를 거는 종목이 있다. 체육회가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도입한 '스포츠팀분석'을 통해 팀워크와 친밀감을 높인 '히든 카드'들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의대 전공의와 함께 팀을 꾸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수영, 펜싱 남녀 사브르, 여자 유도, 배드민턴, 사격 6개 종목 선수와 지도자를 5월부터 5주간 상담했다.

선수와 지도자들의 불안, 우울감 등 심리·정신과적 어려움을 진단하고 치료해 훈련과 실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지만, 신분이 다른만큼 지도자와 선수의 생각과 스트레스는 서로 달랐다.

이런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한 교수팀은 출발했다.
한 교수팀은 비밀 보장을 약속하고 선수와 지도자들의 진솔한 마음속 얘기를 듣는 데 집중했다. 한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치와 선수 관계, 선수와 선수 관계, 코치와 감독의 관계를 묻고 상담했는데 운동을 하던 분들이라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 무척 어려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지, 심리, 지능 검사 등의 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팀플레이를 할 때 개개인의 성향이 어떠하다는 것을 다 같이 공유하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와 선수, 선수와 지도자와의 관계에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지표를 제시해주는 한 교수팀 스포츠팀분석의 만족도와 호응이 높았다고 귀띔했다.
한 교수는 "서로 알아가면서 단합을 추구하는 과정이었다"며 "가령 A라는 선수가 게을러서 연습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원래 힘들다는 내색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팀원들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선수를 향한 일부 지도자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엘리트 스포츠 전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한 교수는 "진천 선수촌에서 지도자들이 선수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많이 신경 쓰더라"라며 지도자의 고충이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심판의 텃세 판정을 이겨내고 동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선수 개개인의 맞춤형 코칭 파일도 지도자들에게 다 전해줬다"며 마음을 열고 새로운 도전의 첫발을 뗀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용기에 갈채를 보냈다.

한 교수팀은 26일 개막해 8월 11일 끝나는 파리 올림픽 기간 국내에서 원격으로 대표 선수들의 상담을 이어간다.
신동광 대한체육회 훈련본부장은 "진천 선수촌에 몸담은 선수와 지도자, 체육회 직원 모두 다 같이 행복을 누려야 하는데도 우울감, 불안감 등으로 전문의에게 상담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깨닫고 스포츠팀분석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스포츠팀분석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아 앞으로 대표 선수들이 부담감, 우울감 등을 이겨내고 자랑스럽게 운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속해 지원할 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