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뱅크시가 그래픽 노블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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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삶과 권력의 여정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등 베일에 가려진 실제 인물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 그래픽 노블이 연달아 나왔다.지난달 24일 출간된 김금숙 작가의 <내 친구 김정은>은 김정은의 탄생부터 유년기,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과정 등을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은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를 가진 만화다. 김 작가는 앞서 2020년 <풀>로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화가다.이 책은 김 작가가 김정은을 탐구하기 위해 주변 인물과 전문가 등을 섭외하고 인터뷰에 나서는 여정을 따라간다. 김정은의 배다른 형 김정남의 프랑스 친구를 비롯해 탈북 여성, 문재인 전 대통령, 북한전문기자 등을 인터뷰하며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어린 시절과 유학 생활, 북한의 권력 구도와 현실, 남북관계 변화상 등이 펼쳐진다.
뱅크시의 미스터리한 삶 추적
김정은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작가는 부친 김정일을 영화감독에 비유하는 반면 유학 시절 농구광이었던 김정은은 농구 감독에 비유한다. 주인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인물로 썼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를 교체하며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책의 도입부에선 가수 싸이와 김정은 사이 어디쯤을 닮은 이가 "오빤 강남스타일, 나는 백두스타일"이라며 춤을 추기도 한다.
저자가 분단국가에 살면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들도 만화 속에 녹여냈다. 김 작가는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불 만화자각 대담에 참석해 "책의 제목 때문에 (읽기를) 멈추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사실 이 책은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분단국가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얼굴 없는 화가'로 정체를 숨긴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다룬 그래픽 노블 <뱅크시>도 최근 출간됐다.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작품을 만들고 사라지는 뱅크시는 모든 인적 사항이 정체불명이다. 뱅크시가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면 건물값이 치솟고, 경매에서 104만2000파운드에 낙찰된 '풍선을 든 소녀' 그림을 분쇄한 퍼포먼스도 유명하다.
책에선 뱅크시를 추종하는 두 젊은이가 등장한다. 주인공 아담이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클레어는 그가 뱅크시라고 착각한다. 이 와중에 그래피티 방지법 위반으로 구금된 두 사람은 런던에 산재해 있는 뱅크시의 작업을 추적하며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나선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작품부터 박물관 전시, 경매 기록을 경신한 작품까지 뱅크시가 남긴 흔적을 살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