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차종 'G80', 과거 급발진 의심 사고 재소환

2020년 경기 광명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2세대) 승용차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아파트 시설물과 충돌하고 있다. 사고 영상을 접한 누리꾼 90%는 "급발진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출처=유튜브 채널 '한문철TV' 화면 캡처
과거 제네시스 G80 모델의 과거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의 가해자인 운전자 차모씨(68)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면서다.

시청역 가해 차량 모델, 과거 유튜브서도 논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과거 다수의 G80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이 올라왔다.특히 누리꾼들을 관심을 받는 것은 2개의 영상이다. 먼저 급발진 지난 2020년 2월 경기 광명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제네시스 G80 세단의 충돌 사고 영상이 있다. 사고 차량은 2017년식 G80으로, 시청역 사고 차량(2018년식)과 같은 2세대 모델이다.
출처=유튜브 채널 '한문철TV' 화면 캡처
사고 영상에서 검은색 제네시스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아파트 단지 입구 길목을 주행했다. 주변 차량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끝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아파트 입구 경계석을 들이받은 뒤 단지 안에 있는 쉼터(사각형 정자)와 나무를 차례로 충돌하고서야 정차했다.

영상 속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는 남성 A씨(당시 55세)였고, 조수석에는 그의 딸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갑자기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차가 가속됐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끄려고 시도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한문철TV 측이 해당 영상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만5000여명 중 91%가 "급발진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특히 사고 영상에서 충돌하기 직전까지 차량 후방의 브레이크등이 점등된 장면이 포착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충남 예산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통제를 벗어나 질주하고 있다. 당황한 운전자는 수 차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멈추지 않았다. 출처=유튜브 채널 '한문철TV' 화면 캡처
2022년 3월에는 69세 여성 운전자 B씨가 충남 예산의 도로를 달리다가 겪은 일이 올라왔다. 해당 제네시스 차량은 2020년 이후 생산된 3세대 모델로 추정된다. 사고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에서 B씨는 시속 50㎞ 수준으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내부에서 "삐빅"하는 경고음과 함께 속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아이고! 이거 어떡해"하는 B씨의 음성이 녹음됐다. 차를 멈추기 위해 B씨가 브레이크를 밟는 듯한 소리가 "철컥철컥"하며 들렸으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전방 차량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곡예 운전을 한 그는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길가의 가로수를 들이받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사고 차량이 결국 폐차됐다고 한다. B씨는 "브레이크가 딱딱해져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 시청역 사고를 낸 제네시스 G80 모델은 2021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은 모델이다. 2013년 7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차량 가운데 제동장치 및 전자제어 유압장치의 결함이 발견되면서 전기 합선으로 관련 부품이 불에 탈 위험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시청역 사고 차량은 해당 부품을 이미 교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직전 액셀' 기록에도 엇갈리는 전문가들

이번 시청역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해 차량 사고기록장치(EDR)에서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는 기록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발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차량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동차 정비 명장 박병일 명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18년 제네시스 G80 승용차는 기존 차와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 명장은 "저 차의 브레이크는 기존 브레이크하고 다르다"며 "저 차는 브레이크를 밟아 선다는 개념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전자제어로 한다. 만약 앞에 물체가 나오면 운전자가 운전을 잘못하더라도 자동차를 세우는 그런 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박 명장은 "사람들이 제동 등을 얘기하는데 다른 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 등에 불이 들어오지만 저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컴퓨터(ECU)가 브레이크 등을 켜줄 거냐, 안 할 거냐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얘가 당시에 이상이 있었다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안 들어올 수 있다"며 "차 RPM이 급상승하는 등 정상적인 알고리즘이 아닐 때 얘가 제동 등을 켜줄 수도 있고 안 켜줄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동 등만 가지고 브레이크 밟았다, 안 밟았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차량 결함 쪽을 한 70%, 실수 쪽일 가능성 한 30% 정도 보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찾으려면) 한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 수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에서 차씨에게 불리한 정황이 나오지 않더라도 차씨의 '급발진'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서지 않았다는 주장을 운전자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페달 블랙박스가 없는 현시점에서 이는 매우 어려운 까닭이다.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14년간 접수한 급발진 의심 사고 793건 중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현재까지 1건도 없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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