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시민단체, 소통 부재로 갈등 증폭하나

전북 16개 단체, 취임 2년 평가 회견 "민주적 숙의 절차 따라야"
전주시 "예산 증액·소통 활발" 반박
민선 8기 반환점을 돈 우범기 전북 전주시장과 시민·사회단체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우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약사업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번번이 문제를 제기하자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우 시장은 지난 3일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종합경기장 터의 마이스 복합단지 조성 협약, 옛 대한방직 터 개발, 대한민국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을 성과로 꼽으며 10대 프로젝트와 10대 역점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전라도 수도로서의 전주 위상을 재정립하고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주겠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약속했다. '개발론자'를 자처한 그답게 낙후한 전주를 확 뜯어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범기호'의 2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낙제점을 줬다.

매우 부정적이었고 혹독했다. 16개 단체로 구성된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4일 내놓은 A4용지 4쪽 분량의 민선 8기 2년 전주시 시정평가서는 부정적 의미의 '빨간 줄'로 가득했고 '불통의 리더십'을 꼬집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특정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을 중간 평가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단체들은 "우 시장이 지난 2년간 '시민 불통'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독선적인 행정에 대해 반성과 평가 없이 근거가 불분명한 장밋빛 수사들로만 채워진 알맹이 없는 발표"라고 혹평했다. 단체들은 "지키지 못한 예산 폭탄이라는 약속과 지속해서 늘어가는 원도심의 공실 발생과 공동화 현상으로 전주 민생경제 추락에 대해 해명과 대책이 없었다"며 "왕의 궁원 프로젝트, 후백제 역사문화센터 건립 등 거창한 계획만 있을 뿐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법에 관해 설명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근거로 ▲ 한옥마을 프랜차이즈 입점 등 건축물 용도 완화 등 난개발 규제 완화 ▲ '로또 대박, 예산 폭탄' 공약의 무산 ▲ 제1회 추경 예산안 미편성 ▲ 불통 행정으로 무너진 민관협치 ▲ 널뛰기 정책 변경 등을 꼽았다.

우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기획재정부 출신임을 어필하며 당선되면 막대한 정부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이른바 '예산 폭탄'을 공약했었다.

사실 우 시장과 시민단체들은 민선 8기 초반부터 사사건건 날을 세웠다.

전주천·삼천변의 버드나무 대량 벌목, 한옥마을 케이블카 추진, 사회혁신센터 폐쇄, 시청사에 출입 통제 스피드게이트 설치, 황방산 터널 개통 등이 대표적이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우 시장이 전주시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소통이라 불릴 만한 행동을 했나 모르겠다"면서 '불통 행정'을 비판했다.

단체들은 "우 시장이 임기 하반기에는 무너진 민관협치를 복원해 소통을 강화하고 민주적 숙의 절차에 따른 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면서 시정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 확보 실패에 관해 "정부의 신규사업 및 증액 억제 기조 속에 지난해 대부분 자치단체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주시는 전년 대비 10.3% 증가한 역대 최대규모의 국가 예산을 확보했다"며 "이 중 대규모 프로젝트를 여는 마중물 성격의 예산이 다수 포함돼 수천억원의 국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 시장의 '소통 부족'에 대해선 "취임 초 700일간 천막농성을 이어온 환경미화원들과 우 시장이 만나 농성장 자진 철거 합의를 이끌었고 최근에는 리사이클링타운 노동자들과 면담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시민단체와도 접점을 확대하는 등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한 행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