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품은 셋톱박스 '만능기기'로 진화

IPTV 3사 '셋톱박스 대전'

SKB·KT 하반기 신제품 출격
음성 인식 넘어 맞춤형 서비스
IPTV 연동 태블릿 PC도 등장

IPTV 가입자 증가율 '0%'대
'집토끼' 지키려 프리미엄화
‘TV 옆 네모난 상자’ 셋톱박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무선 공유기, 인공지능(AI) 스피커, 사운드바 등과 결합해 다기능 가전제품으로 변신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엔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기기가 쏟아진다.

○자체 AI 기능 집어넣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KT는 하반기에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셋톱박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가 오는 9월께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내놓는다. KT는 4분기에 비슷한 콘셉트의 셋톱박스를 준비 중이다.

온디바이스 AI는 모바일과 자율주행차 등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셋톱박스에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접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스피커와 결합한 셋톱박스가 사람 음성을 인식하고 “채널 바꿔줘” 등 주문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족 개개인을 인식해 프로그램을 추천하거나 조도에 따라 TV 화면 밝기를 알아서 조절하는 기능 등이 추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셋톱박스가 이런 역할까지 할 수 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능이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선보일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도 마케팅 키워드로 ‘알아서 해주는’을 내세울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TV 제어를 넘어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까지 AI가 빠르고 편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 셋톱박스 화질과 음질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신규 확보 어려워…이탈 막아야”

인터넷TV(IPTV) 3사가 셋톱박스 프리미엄화에 몰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 3사 가입자(6개월 평균)는 2092만5902명이다. 상반기(2081만4402명)보다 0.54%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반기 증가율 중 최저치다. 반기 증가율은 2020년 4%대에서 2021년 2~3%대, 2022년 1%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처음 0%대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자를 최소화할 방안으로 셋톱박스에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어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셋톱박스로 더 많은 임대료를 확보하는 것은 덤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셋톱박스 월 임대료(3년 약정 기준)는 일반형 4400원, 최신 프리미엄 6600원이다. KT는 프리미엄 셋톱박스의 월 임대료가 88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일반형(3300원)의 약 2.7배다. 일부 업체는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추가 비용 없이 지원하는 대신 1~3년 약정을 맺는 식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셋톱박스와 연결되는 디스플레이 기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T는 이날 국내 최초 태블릿형 IPTV 단말인 ‘지니 TV 탭 3’를 출시했다. 실시간 채널 시청 등 KT IPTV 서비스를 11인치 태블릿PC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시도다. 회사 관계자는 “화면을 손안에 두고 TV나 교육 콘텐츠 시청에 활용하길 원하는 ‘틈새’ 수요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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