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어떡해"…희생자 영정 놓인 화성시청 분향소 울음바다

20대 앳된 얼굴의 영정에 안타까움 더해…유족 1명 탈진하기도
市 한때 분향소에 영정·위패 안치 반대하자 유족 거세게 항의

"어떡해. 아이고 내 새끼! 너만 혼자 가면 어떡하니."
4일 오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마련된 화성시청 분향소 제단에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화재 사고 후 10일 만에 희생자 영정이 공개된 것이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모두누림센터 유족 대기실에 있던 영정과 위패를 품에 안고 나와 분향소로 향했다. 유족 40여명은 영정과 위패를 끌어안고 모두누림센터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분향소에 다다랐다.

영정을 들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유족들은 간혹 다른 유족이나 대책위 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가까스로 시청 로비까지 이동했다.

곧이어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종교인들이 유족들로부터 영정과 위패를 넘겨받아 제단에 올리자, 유족들 사이에선 참았던 울음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제단에는 희생자 23명 가운데 15명의 영정과 20명의 위패가 놓였다.

일부 희생자의 유족은 유가족협의회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고인의 얼굴, 이름 등이 공개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유족은 추후 영정과 위패를 분향소 제단에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단에 놓인 영정 중에는 20대 초반 희생자의 앳된 얼굴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영정과 위패가 놓인 후 종교인들의 추모 예식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여기 있는 누구도 가족이 돈을 벌러 갔다가 화성에서 목숨을 잃었을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희생자들이 다음 생에는 고통, 화재, 가난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모 예식은 유족들이 희생자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이날 추모 예식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유족은 단상 앞에 주저앉거나 엎드려 오열했다.

유족 1명은 오열하다가 탈진해 구급차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들은 "내 자식 살려내라", "보고 싶어"라며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더 많은 이들이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영정과 위패 없이 운영돼 온 시청 분향소에 영정 등을 놓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아리셀 화재 사고 유족들과 아리셀 대책위 관계자 등 20여명은 추모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것을 불허한 화성시 조치에 반발해 시장실 앞에서 1시간여 항의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무슨 분향소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선 "당신 가족이 죽었다면 이렇게 분향소 설치를 막겠느냐", "유족들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다더니 거짓말이었느냐"는 등 고성과 욕설 섞인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상진 대책위 언론담당은 "유족을 정중하게 배려하겠다고 약속하더니 이제와서 공간이 좁다, 민원인들이 불편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영정과 위패 모시기를 반대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화성시청은 사고 현장 주변에 있는 상징적인 곳인데 분향소를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선, 분향소 모습을 갖추는 것은 왜 허락받아야 하느냐"고 시 측에 따졌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이곳은 영정과 위패가 없는 임시 추모 공간으로, 공식 합동분향소 설치 장소는 화성종합경기장이나 서신면 다목적체육관, 모두누림센터 등을 검토 중이었다"며 "공공 청사 내부 공간을 공식 분향소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불허 통보를 했던 건데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더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