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랑 집 한 채 있는데 상속세 내라니"…논란에 결국

상속세 결국 '반쪽 개편'…"세율·과표 놔둔채 공제액 상향"
당·정, '부자감세' 의식…공제한도만 늘리기로 가닥

1997년부터 묶인 인적공제액
자녀 공제, 5억→10억 상향 유력
배우자 공제도 비슷하게 올릴 듯

집값 뛴 서울 100명 중 15명 대상
"공제액만 높여도 서민 부담 덜어"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구간 조정은 이달 말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고 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자녀에게 적용하는 일괄공제한도를 현재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당초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 수준까지 인하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시사한 것과 달리 소폭 조정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쪽 개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 감세 논란 의식한 정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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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핵심 관계자는 4일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이어 일괄·인적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을 이달 말 세법 개정안에 담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율이나 과표 구간 조정까지 일괄 추진하는 것은 야당 반발과 부자 감세 논란을 감안할 때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사실상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부터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제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거론된 개편 방향은 크게 △세율 인하 △과표구간 조정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일괄·인적공제액 상향 등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 출연해 60%(대주주 할증 포함)에 달하는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 내외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밸류업 세제 토론회에서도 과세표준 금액을 구간별로 세 배씩 올리고, 최고세율을 현재 50%에서 30%까지 낮추자는 의견이 학계와 경제계에서 제기됐다. 현재 상속세는 과표구간별로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20%, 5억원 초과~10억원 30%, 10억원 초과~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의 세율이 부과된다. 1999년 세법 개정 이후 26년째 유지되고 있다.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을 비롯한 상속세 선진화 방안은 내년부터 보완 방안을 지속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까지 추진할 경우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년째 묶인 공제금액 상향 검토

당정은 중산층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되는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현재 5억원인 일괄공제 금액을 최대 10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공제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도 공제액 상향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통과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상속세는 1997년부터 28년째 일괄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30억원) 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통상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10억원, 자녀만 있을 때는 5억원 이상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977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중 과세 대상자 비율을 뜻하는 상속세 과세 비율은 역대 최고인 6.82%에 달했다. 2022년(4.53%)보다 2.29%포인트 올랐다. 서울 지역은 15.0%에 달했다. 11년 전인 2012년(4.77%)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 내용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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