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펑펑 써도 "계산서 보니 와~"…'벼락부자'들 신났다

강달러에 벼락부자된 미국인들
일본·아르헨티나서 '펑펑' 쓴다

달러 강세에 소비력 높아진 美 관광객 호화여행
美 경제성장·임금 상승·주식 랠리가 소비력 높여
아르헨 페소 역대 최고 약세…3년반만에 91% 감소
일본인 바글바글하던 하와이, 엔화 약세에 '텅텅'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인 관광객들이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은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6월28일~7월8일) 작년 연휴보다 5.4% 늘어난 3200만명의 미국인이 해외에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
달러 강세로 상대적 소비력이 높아진 미국인들이 너도나도 해외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득 상승, 주식 랠리로 인한 자산 증식도 불붙은 소비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며 여행 열풍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서 펑펑써도 "계산서 보니 '와'"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달러가 치솟으며 일본 사찰에서 헝가리 온천에 이르기까지 미국인 관광객들이 해외 여행지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교통안전국(TSA)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299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TSA는 독립기념일 연휴인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8일까지 약 3200만명이 해외로 빠져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연휴보다 약 5.4% 증가한 수치다.

이는 △견조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 정책 △인공지능(AI) 투자를 쓸어담고 있는 미 증시라는 세 가지 현상이 맞아들어가며 달러가 지난 20년 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WSJ가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집계한 WSJ 달러인덱스는 이날 105.23(2007년7월=100)으로 2022년 중반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달러가 가장 강세인 지역은 아르헨티나다. 2021년 1월 대비 이날까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90.79%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기준으로 사상 최대 약세다. 여행사 지오럭스트래블의 데보라 아이젠버그는 아르헨티나와 페루 등을 언급하며 "남미에는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 많으며 달러로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라며 "저에게 예산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누구나 예산은 있다"라고 했다.달러화가 37년만에 최대 강세인 일본에도 미국인 관광객들이 아낌없이 소비를 즐기고 있다. 하와이에서 일하는 요리사 카일 가와카미는 지난달 일본 휴가에서 칼과 도마를 구입했고 고급 와규 레스토랑에서 15코스 식사를 하는 등 호화 일정을 보냈다. 그는 "계산을 마친 후 문 밖으로 나와서 환산액을 보니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라며 달러 강세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인 미국 하와이에는 일본인 발길이 뚝 끊겼다. 가와카미는 "달러가 너무 강하고 엔화가 약해서 일본 관광객이 더 이상 보이질 않는다"라며 "그들은 하와이에 올 여유가 없다"고 했다. 일본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5년 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지만 일본인 관광객의 해외 여행은 35% 감소했다.

꺾이는 美 경기…달러 약화 조짐도

이러한 달러 강세도 미국 경기가 꺾이면서 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6월 ISM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뜻한다. ISM PMI는 2023년부터 경기 확장을 가리키다가 지난 4월(49) 15개월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티브 밀러 ISM 서비스 비즈니스 설문조사 위원회 의장은 "6월 PMI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두 번째로 신규 주문이 감소하고 고용이 계속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며 "기업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2.6%, 동결 가능성을 27.4%로 점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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