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공공의료 붕괴…"英 보수당 '무능 리더십'에 총선 참패"

집권 14년간 쌓인 '무능 리더십'에
영국 민심 "더는 못 참는다" 대폭발
프랑스 통해 바다 건너는 불법이주도 문제
14면 만의 총선 대승을 이끈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이 제1야당인 노동당 압승, 집권보수당 참패에 따른 14년 만의 정권교체로 귀결된 데는 보수당 정권 14년간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여기는 민심이 자리 잡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출구조사 직후 “보수당에 대한 분노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노동당 압승이 예고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럽연합(EU)과 오랜 협상을 거치며 혼란을 겪었다.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압박 속에 공공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떨어졌다. 이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5월 말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영국의 현재 상태가 2010년보다 나쁘다”고 답한 데서도 입증된다.

민심 이반에 따른 보수당 심판론이 일찌감치 확산한 가운데 리시 수낵 총리가 지난 5월 22일 7월4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정치적 도박'은 끝내 실패로 끝났다.

‘무능한 리더십’에 민심 폭발

유고브의 5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2010년 이후 보수당 정부가 해온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찍은 응답자의 경우에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7%에 달했다.세라 B 호볼트 런던정경대 교수는 최근 외신기자협회 브리핑에서 “물가급등, 생활비 위기, 미미한 브렉시트 혜택 등 일련의 ‘능력 쇼크’(competence shock)로 보수당이 노동당에 대해 가졌던 우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민층이 최근 몇년간 가장 큰 문제로 호소한 것은 생활물가 급등이다. 2022년 10월 물가 상승률이 연 11.1%에 이르렀고 기준금리는 16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이 둔화했으나 식품 가격은 2022년 초보다 여전히 25% 높은 수준이다.

수낵 총리는 선거 기간 내내 “보수당은 감세하고 노동당은 증세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으나 이 역시 먹혀들지 않았다. 이미 보수당 집권 기간 조세 부담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현재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1948년 이후 7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료 위기 심각

보수당 정부는 공공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 삭감에 나섰고, 그 결과 공공서비스의 질이 악화했다. 가장 큰 위기에 닥친 것은 공공의료인 국민보건서비스(NHS)다.

응급치료부터 진료, 진단, 수술까지 긴 대기시간으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고질적인 인력·자원 부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심화해 병원 진료에 대기중인 환자가 750만명에 이른다. 국가사회연구소(NatCen)의 ‘영국 사회 태도 조사’ 결과 “NHS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24%로, 2020년보다 29%포인트 급락했다.

이민도 영국인들의 불만을 높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불법 이주민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튀르키예, 시리아 등지에서 EU 회원국인 프랑스로 들어왔다가 다시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들어오는 루트를 택한다.2022년 4만5755명으로 최다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2만9437명으로 줄었으나,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나 2022년 동기보다 많다. 2018년 이후 거의 12만명이 이 루트를 통해 영국으로 들어왔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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