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물린 개미들…엔화로 나스닥·인도 ETF '사자'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최혁 기자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엔화로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엔테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활황인 미국 증시에 투자하면서 추후 엔화 가치 상승 시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기 상품인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가 널뛰는 미국 국채금리로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탓에 비교적 수익률이 좋은 엔화 노출 미국 주식형 ETF가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닛코 리스티드 US 에퀴티(나스닥100) 엔화 헤지'를 128만달러(약 17억66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엔화로 미국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ETF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290만달러)에 이어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 중 순매수 2위에 올랐다.미국 기술주와 인도 대표지수형 ETF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 올렸다. 미국 주요 기술주 20종목에 투자하는 ’글로벌 X 미국 테크20‘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미국 S&P500 엔화 헤지‘에 지난달 각각 103만달러, 89만달러가 몰렸다. '넥스트펀드 인도 니프티50'은 같은 기간 순매수 46만달러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점차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에서 엔화 노출 미국 주식형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의 일본 증시 순매수 상위 ETF 대부분은 엔화를 통해 미국 중장기채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ETF였다. 하지만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는 엔화 약세와 미 채권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9.46% 손실을 보고 있다. '닛코 리스티드 US 에퀴티(나스닥100) 엔화 헤지'는 같은 기간 20%의 수익률을 냈다.

엔화 노출 미국 주식형 ETF는 환차익과 주가 상승이라는 '더블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엔화 노출 미 장기채 ETF는 미국 기준금리 하락시 채권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갈 때 미국 증시도 수혜를 누릴 수 있다.운용업계 관계자는 "미 장기채는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널뛰어 변동성이 크다"며 "투자 위험 대비 성과 측면에서 장기채 대신 엔화 노출 미국 주식형 ETF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환 헤지 비용은 두 나라 간 금리 차이가 클수록 커지는데 일본과 미국 금리차가 크기 때문에 ETF의 환 헤지 비용도 클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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