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대 누비는 천재 발레스타들, 한날 한시 성남에 다 모인다

13일 성남아트센터 발레스타즈
이예은, 전민철 등 천재 무용수 총출동

영국 핀란드 폴란드 곳곳 활약 무용수 집결
빈사의 백조, 발레102 등 희귀 레퍼토리 선보여
오는 1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2024 발레스타즈'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무용수와 세계를 호령할 신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평가에 1등을 거머쥐며 4일 정단원이 된 이예은(19), 6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로 입단 소식을 알린 한예종 무용원 3학년생 전민철(20)의 무대는 시즌 투입 직전의 마지막 국내 공연으로 기록될 것이라 더 기대를 모은다. 이예은은 "8일 귀국해 연습에 매진한 뒤 <라 실피드>의 일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민철은 <호두까기 인형> 2막의 그랑 파드되와 바흐 모음곡을 보여줄 계획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한 발레리나 이예은
발레스타즈는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차를 맞은 성남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이다. 올해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나서며 무용수들을 일일이 캐스팅했다. 재안무 작품도 대다수다.

올해 공연은 컨템포러리 작품이 많은 게 특징이다. 유럽발레단은 고전 작품과 현대물이 균형을 이루도록 매 시즌을 구성한다. 컨템포러리 작품에 경험이 많은 유럽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이번 공연에 대거 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각기 다른 매력으로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발레리나들을 만나 각자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빈사의 백조' 맡은 영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
이상은 영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와는 전혀 다른 작품인 <빈사의 백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상은은 5000명의 객석을 갖춘 영국 로얄 알버트 홀에서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무대에서 <빈사의 백조>를 통해 죽어가는 백조의 모습을 표현한다. 빈사의 백조는 가녀리고 유달리 말랐던 체형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만들어진 안무이기에 우아한 폴 드 브라(상체 동작)와 연기력이 돋보이게 구성됐다. 이상은은 "세상 모든 것은 필멸적이라는 상징을 지니는 작품이기에 테크닉을 부각하기보다는 관객들이 무용수로서 저의 원숙미를 느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레 102' 무대를 맡은 핀란드 국립발레단원 강혜지
발레리노 마틴 누도와 연습 중인 발레리나 강혜지
"이번 공연을 위해 6월 시즌을 마무리하고 파트너 발레리노와 함께 독일 슈투트가르트 극장의 안무가를 만나 안무를 배워왔어요." 연습실에서 만난 핀란드 국립발레단원 강혜지는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정성껏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씨는 "발레 102는 발레의 파드되(2인무), 듀엣 동작이 102가지인 점에 착안해 안무가의 육성으로 이를 소개해주는 네오 클래식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전 발레의 시그니처 동작을 골고루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클래식 발레의 클라이막스가 연상되는 동작과 리프트 동작을 차례로 파트너와 선보였다. 강혜지는 중학교 1학년 때 발레 전공을 결심했고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는 등 보통 발레무용수들과는 다른 루트를 걸었다. 그러나 재능과 노력으로 글로벌 콩쿠르에서 입상해 만 16세던 2018년, 핀란드 국립발레단의 러브콜을 받아 최연소로 입단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를 보여줄 폴란드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정재은
실제 연인인 무용수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한다면 어떨까. 2019년 폴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지난해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한 정재은은 "파트너인 키타이 료타와는 실제 연인이고, 스토리 연구에는 생각보다 적은 시간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격한 움직임이 많은 장면은 아니지만 감정 연기와 풍부한 무브먼트 등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비운의 여주인공 '지젤'이나 드라큘라의 '미나' 역을 좋아하고 즐긴다"며 "줄리엣 역시 눈물을 많이 흘리는 캐릭터여서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