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예약전쟁…'디지털 약자' 어르신은 또 운다
입력
수정
지면A17
싼 이용료 덕에 노년층 몰리는데“손주나 며느리 없으면 파크골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야.”
골프장, 클럽회원 텃세 막는다며
전화 대신 온라인 예약제로 전환
"2분 안에 꽉 차…엄두도 못내요"
파크골프 입문 1년6개월 차 김정옥 씨(71)는 파크골프장 이용을 신청할 때마다 가족에게 부탁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바쁠 때는 도움을 구하기 어려워 최근에는 대리 예약해주는 곳을 알아봤다”고 푸념했다.파크골프에 푹 빠진 어르신들이 컴퓨터와 모바일에 익숙지 않아 구장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사단법인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 수는 398곳이다. 2020년 254곳에서 140여 곳이 늘었다. 매년 꾸준히 생겨나고 있지만 회원 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협회 등록 회원은 2020년 4만5478명에서 지난해 14만2664명으로 3년 새 약 3배로 증가했다.
파크골프의 인기 비결은 저렴한 이용료와 비교적 낮은 진입 문턱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시설관리공단 등에 위탁해 운영하는 구장이 대부분이고, 요금은 4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이하다. 지역 주민, 65세 이상자에게는 이용료의 40~50%를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여러 구장이 현장 접수나 전화 예약 방식에서 온라인 예약제로 전환하면서 어르신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작년 초 예약 플랫폼을 만들어 25개 구장(현재 1곳만 시범운영 중)을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강서구 서남센터와 잠실 파크골프장 모두 전화 예약이 안 되고 온라인 사이트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클럽 회원들의 텃세로 인한 독점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이제는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예약 여부가 갈린다는 푸념이 나온다. 서남센터 구장 관리자는 “이용일 10일 전 오후 8시에 예약 창이 열리는데 120명 정원이 2분 안에 다 찬다”고 말했다.
파크골프장 증설 속도도 더디다. 도심에는 부지가 없어 주로 강변에 시설을 짓는데, 이를 위해 환경부 소속 한강유역환경청의 하천 점용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반대도 거세다. 최근 서울 동작구는 대방공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다가 소음·환경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서대문구도 지난해 백련근린공원에 설치하려던 파크골프장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협력해 2026년까지 77곳을 추가로 짓는 계획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