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미수금 13조원…재무 정상화까지 시간 걸릴 듯

가스요금 8월부터 인상

年 1조원씩 미수금 회수하려면
0.6원가량 추가 요금 인상해야
지난 1일 가스요금 인상을 유보한 정부가 나흘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때문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 1분기 기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외상값’으로 장부에 반영하는 것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미수금이 누적되며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453%에서 올 1분기 말 624%까지 치솟았다.정부와 가스공사는 현재 유가 수준이 지속되더라도 연말께 미수금이 1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가를 밑도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며 차입금이 불어난 결과 가스공사가 지난해 이자로 쓴 비용만 1조6800억원에 달했다. 이런 부채는 향후 고스란히 추가 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간다.

그동안 우려해온 물가 상승 추세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판단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단행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2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석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여름철 가스 사용량이 겨울철보다 적은 것도 정부 부담을 낮췄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되는 물가 흐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요금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연간 5000억원씩 미수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스가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어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을 연간 1조원씩 회수하려면 이번 인상에 더해 메가줄(MJ)당 0.6원가량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 정부는 가스 도입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 원유 가격 등 변동 상황과 물가 상승 수준을 두루 고려해 가스 요금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부채 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전기요금도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냉방용 전기 사용량이 많아 3분기(7~9월)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이슬기/황정환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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